문화유산 관람료 감면제도가 시행된 지난 4일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이경훈 문화재청 차장(왼쪽 다섯 번째),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정도스님(왼쪽 여덟 번째) 등 관계자들이 ‘불교문화유산 안내소 명칭 변경 기념행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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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가지 않는 탐방객에도 요금을 징수해 논란이 됐던 문화재관람료를 정부가 대신 지원하기로 하면서 편성된 수백억원의 예산에 대해 문화재청이 “철저히 정산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응천 문화재청장의 취임 1주년을 돌아보고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최 청장은 “올해 문화재청은 지난 한 해 동안 일궈낸 성과와 새 정부에서 수립한 국정과제를 바탕으로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미래세대에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계승하고자 주요 정책들을 추진 중에 있다”면서 “앞으로도 문화유산을 통해 국민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국민께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국가유산체제로의 전환과 문화유산 규제 개선, 유네스코 유산 등재, 국외문화유산 환수 등에 대한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국가유산기본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문화재는 앞으로 국가유산으로 바뀌고, 문화재청도 이에 발맞춰 여러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과도한 규제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문화강국으로서 문화유산의 역할을 확장하는 일도 도모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취임 1주년을 돌아보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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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현안 중 하나인 사찰 문화재관람료 감면과 관련해 최 청장은 “문화재관람료 규정은 오랫동안 해묵은 갈등 중 하나였다”면서 “관람료를 철폐한다기보다 소유하고 관리하고 있는 사찰 측의 문화재 관리에 대해 보전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부터 시행된 문화재관람료 감면은 2021년 국정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불교계를 ‘봉이 김선달’로 비유하자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28년 만에 전국승려대회를 여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정치권은 불교계 달래기에 나섰고, 논란에 불을 붙인 정 의원은 지난해 5월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앞장서며 불교계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수십년간 진척이 없던 예민한 문제가 여야의 신속한 합의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민간 단체가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그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편성된 예산은 419억원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지난달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최소한의 문화재 관리 보존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저희 요구를 (당국이) 너무 안 들어주면 (입장료 폐지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무료 개방으로 방문객이 늘어 관리 비용이 더 들 수 있으니 예산을 더 많이 지원해달라는 뜻이다. 조계종 기획실장 성화 스님도 “2002년 경북 영천시의 지원으로 은해사의 문화재관람료를 받지 않았을 때 월별로 차이는 있지만 작을 때는 3배, 많을 때는 8배까지 방문객이 늘어났다”면서 관람료 폐지로 방문객이 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4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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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스님이 했던 발언과 관련해 최원일 문화재정책국장은 “(조계종에서) 추가로 요구하는 예산은 없다”면서 “419억원 예산 중 일부는 관람 시설 개선하는 데 사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고로 나가는 예산이기에 정산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획재정부에서도 요구한다고 다 주는 게 아니고 예산 요구할 때 철저히 따진다. 정산도 거기에 따라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이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관람료 지원을 받으려면 감면 전 3개년 입장료 수입 현황과 관람객 현황을 제출해야 한다. 최 청장은 “자료를 안 내면 감면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예산이 부당하게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 최원일 국장은 조계종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조계종 시스템을 많이 들여다봤고 문화재관람료에 대해서는 조계종 총무원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종교인들이니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예산이 집행되고 하는 거지 누굴 속이고 이런 차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응천(왼쪽) 문화재청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업무협약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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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화재관람료를 전 국민이 부담하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찰에 안 가는 탐방객들이 부담했던 금액을 산에 안 가는 전 국민이 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사찰에서 쓰는 비용을 어느 기준선까지 문화재보호에 필요한 예산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도 남는다.
특히 수백억원의 세금이 불교에 투입되면서 다른 종교단체에서는 종교 편향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 청장은 “전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지역 상권 활성화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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