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같이 못 써"...'갑질 누명' 혼성기동대 여경들 전출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서울경찰청이 올해 시범 도입한 혼성기동대에서 일부 여경이 전출을 가게 됐다.

9일 서울경찰청 61기동대 소속 여성 경찰관 6명 중 4명이 전출을 요청해 다른 기동단으로 옮기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출 배경에는 경찰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촉발됐다.

한 경찰관은 지난 3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여성 대원들이 건물 미화 도와주는 주무관들하고 화장실, 샤워실 등 공용 공간을 같이 쓴다. 그런데 여성 대원들이 주무관들이랑 화장실, 샤워장 같이 못 쓰겠다고 서울청에 고자질했단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얼마 전에는 주무관들 화장실 사용 못 하게 비밀번호도 바꾸고 알려주지도 않았단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글이 확산하면서 여경들이 ‘갑질’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감찰 결과, 이는 지난달 내부 시설 공사 문제로 인해 비밀번호를 변경했고 전달 과정에서의 착오로 주무관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변경된 비밀번호는 다음날 주무관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전후 사정이 밝혀졌음에도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악성 댓글이 이어지자 여성 경찰관 4명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상부에 전출 희망 의사를 밝히고 병가를 냈다.

결국 경찰은 여성 대원들 뜻에 따라 인사발령을 냈으며 61기동대를 지휘하는 6기동단 단장은 내부 SNS를 통해 “사실 여부를 떠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서로 불편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에서 시범 운영하던 혼성기동대를 올해 2월부터 서울경찰청 등 7개 시·도 경찰청에 추가로 편성해 운영해왔다.

집회 참가자의 성별에 따라 즉각 대응할 수 있고 임무 수행 범위도 확대되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일각에선 남녀 기동대 차별 논란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그동안 블라인드 등에는 “여경 기동대는 왜 철야나 당직을 안 서느냐”는 등 남경 기동대 근무와 비교하며 특혜를 주장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