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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먹거리 물가 불안요인 상존…"압박 버티는데 한계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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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일부 식품기업 인상계획 철회·보류

원가 부담에 1분기 실적 부진 예고…가격 인상 '철회' 아닌 '연기'

"소비자 지갑 얇아져 큰 폭 상승 어려울 것" 전망도

연합뉴스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신선미 차민지 기자 = 먹거리 물가 부담은 당분간 크게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해 식품기업들이 눈치 보기를 하고 있지만, 원가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가격 인상 행렬이 재개될 수 있다.

전기·가스 요금처럼 계속 억누르다가 한꺼번에 터지면 더 거센 후폭풍이 불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국민의 지갑이 가벼워진 만큼 식품기업들도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정부 압박에 식품업계 가격 인상 계획 보류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샘물은 지난 3월 생수 출고가를 5% 올리려다 가격을 동결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또 CJ제일제당[097950]은 3월부터 고추장과 조미료 제품의 편의점 출고가를 최대 11% 인상하려다가 백지화했다.

롯데웰푸드[280360](옛 롯데제과)는 지난달 아이스크림과 과자류의 편의점 가격 인상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하이트진로[000080],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들도 주정과 주세 인상 등에도 소주와 맥주 가격은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식품기업들은 원자재와 인건비, 물류비 등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최우선 정책에 동참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식품업계에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도 인상 폭을 최소화할 것을 지속해 요청했고, 올해는 압박 수위를 더 높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들어 매달 한두차례 간담회를 열며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들과 접촉면을 확대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말 CJ제일제당, 오뚜기[007310], 농심[004370] 등 12개 식품회사 대표와 만나 "올해 상반기에는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최대한 물가안정을 위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3월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식품업계에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2월에는 소줏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국세청이 주류업계와 직접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고 기재부는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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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 진열된 주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 이번주 주요 식품회사 1분기 실적 발표…"상당히 저조할 것"

식품기업들이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동참해 제품 가격 인상을 철회하거나 보류하면서 실적은 부진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31.9% 감소한 2천969억원이다.

대상은 영업이익이 28.2% 줄어든 307억원에 그칠 것으로, 앞서 소주 가격 동결을 발표한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38.2% 떨어진 359억원으로 각각 예상됐다.

또 오리온[271560]은 1분기 영업이익이 1천57억원으로 2.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롯데칠성[005300]의 1분기 영업이익은 59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0.7% 줄었다.

이런 실적 부진은 인건비, 물류비, 임대료, 에너지 비용 등 전반적으로 생산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고점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단가도 꽤 올라 기업들의 부담은 한층 커진 상태다.

최근 국제 설탕 가격은 인도와 태국, 중국 등 산지에서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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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설탕값 11년 사이 최고치
[연합뉴스 자료 사진]



◇ 식품 가격 인상 재개 가능성…"한꺼번에 터질 수도"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으로 식품 가격 인상이 다소 주춤해지며 서민의 먹거리 부담은 다소 완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기·가스 요금처럼 계속 억누를 경우 자칫 한꺼번에 가격이 크게 뛸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식품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 기업들도 제품 가격 인상을 다시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등이 크게 떨어져 기업들의 부담이 줄면 가격 인상을 보류할 수 있지만,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 눈치를 보며 소나기는 피하자는 생각"이라며 "나중에 적당한 시기가 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도 "정부의 손목 비틀기에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게 아니라 못 올리는 것"이라며 "기업들도 실적 부진이 지속돼 숨이 턱에 차면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텐데 그때 가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감소한 상황이어서 식품기업도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식품기업들이 원가 상승 압박을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소비자 지갑이 가벼워진 점도 매출 부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식품 원재료와 임금 등 관련 부대 비용은 기본적으로 많이 올랐지만 가계 구매력 감소 등을 고려하면 생산비 증가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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