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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포커스] EU 따라가는 美…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중요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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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 제재 아닌 군사·인권 등 관련 기술에 제재

중국 입장선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차이 없다는 평가도

뉴스1

컴퓨터 회로판의 반도체칩 2022.02.2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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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이 아닌, 디커플링 범위를 축소·집중해 '중국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대담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추구한다는 입장에서 유럽의 주요 지도자들과 수렴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디리스킹은 근본적으로 탄력적이고 효과적인 공급망을 보유하고, 다른 국가의 강압에 종속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역을 중단하기보다는 군사 균형을 위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기술 등 목표를 좁게 잡는다"며 "이것(디리스킹)은 맞춤형 조치"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작한 미중 간 무역전쟁은 디커플링으로 번졌는데, 재계에서는 전면적인 디커플링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왔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전 정부처럼 전면적으로 중국과 멀어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다 온건한 디리스킹을 통해 중국과 화해를 모색하면서도 위험 관리를 꾸준히 해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군사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거나 인권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 민감한 기술 분야 등에서만 '선택적'으로 중국과 이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점차 매파적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대중 입장을 우려하고 있는 유럽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진단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칩 생산에 규제를 강화해 왔다. 지난 10월부터 첨단 반도체나 관련 제조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중국에 판매할 특정 칩을 미국산 장비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미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기업이 '미검증 명단'에 올라 잠정적인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미검증 명단에 오른 기업은 리스트에 오른 이후 60일 검증 과정에서 자사 제품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셈이다.

이 밖에도 서방과 중국은 인권·민주주의 문제에서도 척을 져 왔지만, 미국은 중국에서 완전히 등을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부문에 대한 핀셋 제재로 대응했다.

일례로 중국은 2021년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로 서방과 갈등을 빚고 있다. 다만 미국은 위구르 강제 노동 방지법을 통해 신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경우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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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5월3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슈가르의 이드카 모스크 앞을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2021.12.17/news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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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럽연합(EU)은 대중 정책으로 '디리스킹'을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과 분리하는 것은 실행 가능하지도 않고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도 않는다"며 디리스킹을 대중 관계의 기본 전략으로 삼았다.

EU 역시 콕집어 신장 위구르족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강제노동 제품에 대한 자체적인 금지안을 제시했다.

전략 자문회사인 알브라이트 스톤브릿지 그룹의 수석 고문이자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 소장, 중국 주재 미국 총영사 등을 지낸 켄 자렛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노출을 재조정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상황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을 포기한 경험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처럼 대만 문제가 불거질 경우 러시아에 그랬듯 중국에서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없고, 디리스킹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렛은 "우리가 전면적인 디커플링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며 "선택적 디커플링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민감한 기술 분야에서 이미 그러한 현상을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받아들이기엔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이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과 EU의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 조처는 중국의 반발심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중 견제책(디커플링)과 자국 보호안(디리스킹)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암묵적으로 반도체 제재에 동참하기를 요구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불렀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국 반도체 메모리칩 생산회사인 마이크론의 판매금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이 마이크론이 중국의 제재를 받을 경우 그 빈자리를 한국 반도체 기업이 채우지 말아 달라고 한국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차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들 조치로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 기업 목록에 오른 YMTC 등의 중국 본토 공급업체들만 수혜를 입게 됐다고 보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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