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사망 나가이 겐지, 최후까지 카메라 놓지 않아
나가이 겐지 기자의 촬영 영상 |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2007년 미얀마에서 시위 현장 취재 중 목숨을 잃은 일본 저널리스트가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쥐고 있던 캠코더가 약 16년 만에 가족 품에 안겼다.
27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독립미디어인 버마 민주의소리(DVB)는 2007년 9월 27일 미얀마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취재하다가 진압군의 총에 맞아 숨진 나가이 겐지(당시 50세)의 비디오카메라를 전날 태국에서 유족에게 전달했다.
나가이 겐지는 이라크 등 여러 분쟁지역을 오가며 프리랜서 기자로 영상취재를 했으며, 사망 당시에는 일본의 소규모 뉴스통신사 APF의 계약직 기자로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반정부 시위를 취재 중이었다.
그는 시민들의 거리 시위를 촬영하던 중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미얀마 정부는 그의 죽음이 경고 사격의 유탄을 맞은 사고였다고 주장했고, 일본 측에서는 살해됐다는 반박이 나왔다.
나가이 기자가 총을 맞고도 끝까지 오른손에 비디오카메라를 움켜쥐고 있는 장면이 외신 사진과 영상에 포착돼 반향을 일으켰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로이터의 사진은 2008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나가이 기자의 시신을 본 야마지 도오루 APF통신사 사장은 최후까지 비디오카메라를 쥐고 있었던 탓에 손이 그대로 경직돼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얀마 정부가 보낸 유류품에는 고인이 들고 있던 소형 비디오카메라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 카메라의 반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버마 민주의소리는 이 카메라가 그동안 어디에 보관됐고, 어떻게 입수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유족에게 전달된 비디오카메라에는 마지막 순간 촬영된 테이프도 들어있었다. 전달식에서 상영된 영상에는 길을 막은 경찰에 맞선 시위대와 승려들이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영상에서 나가이 기자는 군인들이 탄 트럭이 나타나자 "저쪽에 군대가 도착했다. 중무장한 군대로 보인다. 시민들은 사원 앞에 모여 있다"고 말했다. 이후 사람들이 흩어졌고, 영상은 끊겼다.
유족에게 전달되는 나가이 겐지 기자의 캠코더 |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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