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탄소중립 전환 필요…현대제철 "2030년까지 배출량 12% 감축"
정부 "철강산업 저탄소 전환 지원"…국내 배출권 가격 인정 등 EU에 요구
EU 핵심원자재법 및 탄소중립산업법 관련 간담회 개최 |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유럽연합(EU)이 철강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확정하면서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철강업계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철강업계가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연 60억달러(지난해 기준)에 달하는 유럽 수출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열린 EU 이사회에서 CBAM 시행이 확정됨에 따라 앞으로 EU에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제품 등 6개 품목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오는 10월부터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전환 기간이 종료된 2026년 1월 1일부터는 수출품의 제조 과정에서 EU 기준을 넘어서는 탄소배출량에 대해 배출권(CBAM 인증서)을 구매해야 한다. 사실상의 추가 관세, 이른바 '탄소세'인 셈이다.
현재 국내 철강산업의 경우 제조·공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석탄으로 인해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對) EU 철강 수출량은 317만t, 철강제품은 22만t이었다. 수출액은 철강 44억달러, 철강제품 9억6천만달러, 알루미늄 5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유럽 철강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CBAM 시행에 따른 국내 철강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국내 기업으로선 오는 10월 탄소배출량 보고를 앞두고 준비할 서류 등 행정적 부담을 떠안게 된 데다, 2026년부터는 탄소세도 추가로 납부해야 해서 가격경쟁력에 영향이 예상된다.
[그래픽]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개요 |
EU의 CBAM의 세부 시행령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탄소배출량의 제출 양식부터 배출량 계산 기준과 같은 법안의 세부 사항이 '깜깜이'라 법안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 싸움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은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사업장 단위로 운영하는데, CBAM은 제품 단위로 운영하게 돼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품목당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CBAM에선 탄소배출 정보를 수입업자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현지에 수입 관련 자회사 영업법인을 둘 수 없는 중소규모 국내 기업이라면 경쟁사에게 탄소배출 관련 기밀이 흘러갈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역협회 조성대 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탄소배출량 제출처를 EU 측 정부로 해달라는 요구를 정부와 EU 측에 하고 있다"며 "그래야만 정보의 취급 책임을 EU 각국 정부에 지울 수 있다. 경쟁 기업에 민감한 정보가 흘러가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철강산업이 석탄을 주 원료·연료로 하는 산업구조를 친환경 수소 등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범부처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TF 출범식 |
정부도 업계와 소통하며 국내 철강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부는 향후 EU 측에 ▲ WTO(세계무역기구) 규범에 합치하는 제도 설계 ▲ 차별요소 해소 ▲ K-ETS를 고려한 인증서 구매의무 감면 등을 골자로 한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계획이다.
나아가 탈(脫)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탄소감축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을 대상으로 한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 개발 사업에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총 9천35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앞으로 EU의 이행법안 제정 과정에서 산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EU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며 "탄소중립 이행을 기회 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저탄소 산업구조 전환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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