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 EPA연합뉴스 |
미얀마를 예고없이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나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수감 중인 아웅산 수지 전 국가고문은 만나지 못했다.
2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AP통신 등은 반 전 총장이 전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원로그룹 ‘디 엘더스’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5개 항 합의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이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디 엘더스’는 넬슨 만델라가 설립한 각국 정상급 지도자 출신 모임으로, 반 전 총장은 이 모임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반 전 총장은 테인 세인 전 대통령 등과도 만나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가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찾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수지 고문은 만나지 않았다고 군정 대변인은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군부가 즉각 폭력을 중단하고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는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미얀마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얀마 군부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을 규탄하고,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한 조건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부 쿠데타 이후 외국 정치인이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아세안 회원국 정치인을 제외하면 지난해 노엘린 헤이저 유엔 미얀마 특사 이후 두번째다.
당시 헤이저 특사는 군부의 폭력 중단을 요구하며 수지 고문과의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헤이저 특사의 미얀마 방문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군정이 정당성을 쌓는데만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여러 차례 미얀마를 방문하며 민주화를 지원했다. 2009년 쿠데타 군부에 수지 고문을 석방하라고 압박했으며, 2012년에는 석방된 수지 고문과 회동한 바 있다. 2016년에도 미얀마를 방문해 평화 정착에 힘을 보탰다.
미얀마의 민간인 피해는 쿠데타 발발 2년 넘게 흐른 지금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한달 동안 미얀마 군부의 폭격과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는 210명이 넘는다고 이라와디는 지난 22일 전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반군부 행사장에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한 공습을 가해 임신부와 어린이를 포함한 175명이 한꺼번에 사망하기도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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