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8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한 휘발유 가격은 L당 평균 1660.52원이었다. 하루 전보다 3.62원 오르며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8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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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로 끝날 예정이었던 유류세 탄력세율(법으로 정한 기본세율을 상황에 따라 올리고 내림) 인하 조치를 오는 8월 말까지 4개월 더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혜택을 소비자가 체감하긴 어렵다. 올 초 1500원대로 안정세를 보였던 국내 기름값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해서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5일 1600원 선을 돌파한 이후 1700원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서울 지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이미 1700원 선을 넘어섰다. 전일 대비 7.66원 오르며 이날 1745.37원을 기록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재연장되는 다음 달 이후 기름값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인하 폭(휘발유 25%, 경유 37%)이 지금과 변함이 없는 데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직결된 국제유가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보통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에 반영된다. 다음 달 초 국내 휘발유ㆍ경유 가격 추이는 이달 중순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0.8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60달러 중반대까지 내려갔던 원윳값이 80달러대로 올라섰다.
이후 국제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17일 공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향후 국제유가는 ‘OPEC+(주요 산유국 협의체)’의 감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다른 이동 수요와 여행객 증가, 러시아의 감산 지속 등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세수 펑크’ 우려 속에서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그대로 이어가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하 폭을 줄이거나 인하 조치를 아예 중단하면 다시 불붙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서다.
현재 유류세는 L당 휘발유 205원, 경유 212원, LPG 부탄 73원을 각각 깎아주고 있다. 인하 조치를 종료하면 그만큼이 고스란히 소매가에 추가된다. 현재 1600~1700원 선인 휘발윳값이 1800~1900원대로 치솟는다는 뜻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2000원 돌파도 가능하다. 결국 당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악화를 우려해 유류세 인하 연장에 합의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 진도가 나쁜 상황에서 정부로선 (세수를 늘릴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데도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결정했다. 여론 눈치를 보고 4개월 정도 ‘시간 끌기’를 한 셈”이라며 “국제유가는 여전히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어 하반기에 유류세를 환원시킬 수 있는 여건이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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