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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평생 돌본다더니"... 마라도 고양이 보호시설 나가라는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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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입양 못 간 고양이 동물단체에 기증"
동물단체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책임져야"

한국일보

마라도에서 포획된 뒤 지난달 3일 제주시 조천읍 세계유산본부로 옮겨진 고양이가 철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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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과 제주도천연기념물 뿔쇠오리 피해를 막는다며 마라도에서 포획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로 이동시킨 고양이들이 보호시설에서도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고양이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8일 제주도와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제주 세계유산본부와 마라도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17일 마라도 고양이 관리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제주네트워크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제주 세계유산본부는 현재 보호시설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5월 중순까지 보호시설을 폐쇄하고 고양이들을 동물단체에 기증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여름철 기온 상승을 앞두고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제주 세계유산본부는 고양이들을 제주네트워크에 우선 기증하고, 나머지는 도내 동물보호단체와 육지 동물보호단체에 기증할 계획이며 이달 말 보호시설을 단체에 공개해 고양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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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으로 컨테이너 밖으로 처음 외출한 고양이가 됐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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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보호시설에는 일반 가정에서 임시보호 중인 고양이 5마리를 제외한 40마리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입양을 전제로 임시보호 중인 1마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입양처를 찾지 못한 상태다.

제주네트워크는 제주 세계유산본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네트워크 구성단체인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냉난방조차 안 되는 컨테이너를 보호시설로 준비한 건 문화재청과 제주 세계유산본부"라며 "시설이 미비하면 개선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보호소를 폐쇄한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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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설치된 컨테이너 내에서 마라도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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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앞서 "마라도 내 대부분의 고양이를 포획해 입양 보내고, 입양 못 간 고양이들은 보호소에서 끝까지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마라도 고양이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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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세계유산본부 옆에 마련된 고양이 보호시설 전경. 제주 세계유산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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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첫 협의체 회의 당시 길고양이 입양이 쉽지 않다는 점과 충분한 검토를 통해 포획 수를 결정해야 한다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며 "입양이 어려워지자 동물보호단체들에 고양이들을 떠넘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마라도 고양이 돌봄을 시민단체에 전가해선 안 된다"며 "고양이와 고양이 돌봄 시민들의 안전 조치 및 입양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임홍철 제주 세계유산본부 세계유산문화재 부장은 "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해 밀집이 아닌 분산 보호가 중요하다"며 "동물보호단체와 논의하고 있는 단계로,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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