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묵은 미제 사건에 전직 교황까지 언급되자 불쾌감 표출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 수놓은 요한 바오로 2세 사진 |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은 약 40년 전 발생한 바티칸 소녀 실종 사건을 두고 온갖 음모론이 난무하고 급기야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까지 거론되자 불쾌감을 표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전 세계 신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헤아린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를 기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는 요즘 모욕적이고 근거 없는 비방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어떤 비방을 받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매체들은 약 40년 전 실종된 에마누엘라 오를란디의 오빠인 피에트로의 최근 발언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실종자 오를란디는 교황청 직원의 딸로 교황청 시민권자로서 바티칸시국에서 살았다. 그는 15세이던 1983년 6월 22일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플루트 교습을 받은 뒤 귀가하던 길에 사라졌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각종 음모론이 나왔다. 바티칸 역사상 희대의 미스터리로 꼽히는 이 사건은 지난해 넷플릭스가 '바티칸 걸'이라는 제목의 4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에마누엘라 오를란디의 얼굴이 담긴 실종 포스터 |
다큐멘터리에는 교황청이 진상 규명에 비협조적이었고, 실종 사건 1주일 전 바티칸 고위 성직자가 오를란디에게 성적으로 접근했다는 새로운 증언이 담겼다.
그러자 교황청은 올해 1월 이 사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에 나섰다. 진실을 투명하게 밝혀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를란디 실종 사건과 관련해 교황청이 연루돼 있다는 음모론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2005년 선종하고 2014년 성인으로 시성된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의 이름까지 언급됐다.
오를란디의 오빠인 피에트로는 지난 11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교황이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같은 폴란드 국적의 고위 성직자 2명과 매일 저녁 외출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들이 "집들을 축복하기 위해 외출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피에트로의 발언은 곧바로 반발을 불렀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지난 14일 사설을 통해 피에트로가 어떠한 증거나 단서도 없이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를 "미친 짓"이라고 성토했다.
사설은 오를란디 실종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이것이 비방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오를란디 실종 사건에 대해서 투명하게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직 교황의 이름이 음모론 속에 가볍게 오르내리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교황의 발언에 광장에 운집한 2만여명의 신자는 박수로 화답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전했다.
약 40년 전 실종된 에마누엘라 오를란디의 오빠인 피에트로 |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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