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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이슈 애니메이션 월드

AI는 이미 중국 일러스트레이터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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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이미 중국에서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자리를 빼앗기 시작했다는 현장의 소리와 AI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정리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미드저니(Midjourney)나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장으로 이미지 생성 AI에 대한 기대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이제는 윈도 표준 브라우저인 엣지에도 이미지 생성 AI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이러한 이미지 생성 AI의 활약으로 중국 게임 업계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레스트오브월드(Rest of World)가 11일 공개했다.

2022년 달리2(DALL-E 2)가 등장한 이후 미드저니(Midjourney)나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과 같은 이미지 생성 AI가 등장하면서 사용자는 텍스트에서 완벽한 일러스트를 쉽게 생성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텐센트와 같은 대형 게임사부터 인디 게임 스튜디오에 이르기까지 중국 게임 업계에서 이미지 생성 AI의 활용이 가속화되고 있다.

I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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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중국 게임업계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앰버 유(Amber Yu) 경우 게임 포스터 한 장 그릴 때마다 3000~7000위안(한화 약 58만원~136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가 만들어온 홍보용 포스터는 이미지 생성 AI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기술이 필요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2023년 2월 이후 이런 영상 제작 의뢰가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사자춤을 추는 여성의 일러스트' 등을 그리는 데 1주일이 걸렸지만, 이미지 생성 AI의 등장으로 비슷한 일러스트를 단 몇 초 만에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사들은 이미지 생성 AI로 만든 일러스트를 미세하게 수정하는 작업을 인간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의뢰하고 있으며, 보수는 기존 일러스트레이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게임 업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는 캐릭터 디자인, 배경 제작 등에 필수적인 존재다. 이미지 생성 AI가 출력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질이 높아지면서 중국에서는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언제까지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충칭에 있는 독립 게임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쑤인인은 “AI는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일하는 게임 스튜디오는 중국의 주요 게임 개발사를 위한 디자인 제작을 하고 있으며, 15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하던 5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2023년 들어 해고됐다. 그는 해고 이유가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10명이 하던 작업을 2명이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해 추가 인력 감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형 게임사인 텐센트(Tencent)와 넷이즈(NetEase)는 수년 전부터 AI를 활용해 게임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넷이즈의 배틀로얄 게임인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Naraka: Bladepoint)'는 2023년 3월에 AI를 활용해 아바타의 새로운 스킨을 만들기로 했다. 아바타를 위한 새로운 스킨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발표했다. 또한, 원신 개발사로 알려진 미호요(miHoYo)는 넷이즈와 협력해 AI를 이용해 형사 고발된 성우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레스트오브월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넷이즈는 게임 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AI 기반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 AI 모델은 자체 리소스와 라이선스 리소스를 사용해 훈련된 것으로 보인다.

넷이즈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재능 있는 아트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 팀이 게임 개발 과정에서 자산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에 거주하는 익명의 일러스트레이터는 "내 생계 수단이 갑자기 파괴됐다"며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앰버 유는 "인간이 수십 년 동안 만들어온 방대한 일러스트 데이터 세트로 훈련된 AI가 일러스트레이터를 대체하려는 것은 비열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게임업계에서는 이미지 생성 AI를 이용해 '사람이 그린 캐릭터 스케치에서 옷과 액세서리', '게임 속 보물상자나 금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광저우에 위치한 대형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익명의 게임 아티스트는 그동안 하루에 1장면 정도 그려오던 일러스트가 이미지 생성 AI의 등장으로 하루 40장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게임 아티스트의 동료는 어느 날 밤 "AI를 부숴버렸으면 좋겠다"고 트윗을 남겼다고 한다.

이미지 생성 AI의 등장으로 해고를 두려워하는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되어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저우의 한 게임회사에서 채용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레오 리(Leo Lee)는 중국 내 게임 규제와 이미지 생성 AI의 등장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자리가 약 70% 감소했다고 말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이미지 생성 AI로 만든 일러스트를 '디지털 시체(digital carcasses)'라고 부른다. 제작자의 동의 없이 인터넷에서 일러스트를 수집해 AI의 학습에 활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레스트오브월드가 일반 게이머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그들은 AI가 만든 아바타나 스킨에 대해 신경쓰지 않지만, AI가 만든 아바타나 스킨에 사용료를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청두에 위치한 중국 게임 기업 환슝 스튜디오(Huanxiong Studio)는 게임 개발에 미드저니(Midjourney)와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책임자인 지기 모(Ziggy Mo)는 "이미지 생성 AI는 특정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이미지 생성 AI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AI가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지 못했고, AI는 단지 창작자를 지원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학에서 AI를 연구하는 제프리 딩(Jeffrey Ding)은 AI의 발전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기존 화이트칼라로 분류되는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딩은 "AI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변호사, 글쓰기 서비스 등 많은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며, "일러스트레이터만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립 게임 개발자인 샤오디(Xiao Di)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겪고 있는 불안감이 곧 다른 직업군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신과 같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일러스트 제작을 아트 스튜디오에 외주하는 대신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광인유희(狂人游戏:中国精神病人)는 채팅 AI인 챗GPT와 이미지 생성 AI가 세상을 휩쓸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으로, 역설적으로 게임 내 캐릭터의 일부는 이미지 생성 AI인 'Draft'를 통해 만들어졌다.

AI 일러스트레이션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앞으로 1~2년 뒤에는 프로그래밍이나 고객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한비 기자 ,i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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