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은 열 살 생일을 맞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소녀가 있습니다.
토요일 한 낮 초등학교 인근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 9살 승아양.
남겨진 가족들은 승아에게 영원한 안녕을 고해야만 했습니다.
[고 배승아 양 (출처 CBS 라디오) : 안녕하세요 전 승아예요, 전 문정초를 다니는 배승아라고 합니다. (초콜릿을) 한 번 맛보면 멈출 수가 없어요, 전 승아예요.]
만지면 부서질까 소중히 키웠던 예쁜 딸 승아, 승아가 생전 좋아하던 인형을 꼭 끌어안은 채 끝까지 하고 싶지 않은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고 배승아 양 어머니 : 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들어주세요. 우리 화장 안 하면 안 될까? 화장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지난 토요일 대전 서구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좌회전을 하던 차량이 그대로 인도로 돌진했습니다.
이 사고로 승아 양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엄마와 오빠를 유독 잘 따랐던 승아 양.
[고 배승아 양 오빠 (출처 CBS 라디오) : 저희가 15살 차이가 나는데 승아가 저를 항상 따르고 엄마도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고 심지어 최근에 알았는데 승아 휴대폰 비밀번호가 제 생일로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승아의 목숨을 앗아간 가해 남성 방 모 씨는 등산모임에 참석해 소주와 맥주 14병을 9명과 나눠 마신 걸로 조사됐습니다.
사고 20분 전 CCTV에 포착된 방 씨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입니다.
승아양 사고 하루 다음 날에도 한 가정이 무너졌습니다.
또 음주운전 때문입니다.
아내와 함께 분식점을 운영하며 삼형제를 키우던 한 단란한 가족의 가장이 떡볶이를 배달하러 가다 음주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지난 9일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음주 운전 차량이 40대 오토바이 운전자를 들이받았습니다.
6년 전부터 분식집을 열고 아내와 함께 밤낮 없이 일하며 자리를 잡아가던 중이었는데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어머니 : 손자가 셋인데 지금 가르치려고 저렇게 얼마나 일만 하고 일만 하고 그러고 하다가 어디 놀러도 못 갔어요.]
면허 취소 수준으로 술에 취한 채 6살짜리 딸을 태우고 운전하던 30대 엄마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차량 전복 사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하루걸러 하루꼴로 이렇게 음주운전 사고가 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가 여전히 낮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히고 있는데, 실제로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운전으로 사망이나 상해를 일으키더라도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음주운전이나 위험운전 등 치사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율이 각각 56%, 68%나 됩니다.
지난해 6월 대구에서는 음주운전 전과 2범 운전자가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냈지만, 법원은 고작 징역 3년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윤창호법 도입으로 음주운전 사망 시 최소 3년에서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게 됐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최근에는 음주운전을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인데 대당 250만 원 정도 내면 기존 차량에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고 차에 설치된 측정 장치를 불었더니, 실패 표시가 뜨면서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음주시동잠금장치'인데,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만 시동을 걸 수가 있습니다.
[패스가 됐습니다.]
미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상습 음주운전자 차에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달고 있는데, 최대 70%까지 재범 방지 효과가 있다고 조사됐습니다.
[유상용/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한 번 사고를 냈어도 사실 경각심이 크게 없는 상태라서 또 사고를 내고 있는 게 증가를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상습 음주운전자들에 대해서는 경각심이 약하지 않나 이런 분석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술에서 걷은 세금 3천억 원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도입은 더딥니다.
국회에서 이 시동 장치 하나 다는 법안이 14년간 통과가 되지 못했을 만큼 관심이 적습니다.
이제라도 또 다른 승아가 나오지 않도록, 또 다른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강력한 처벌과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연남 기자(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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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한 낮 초등학교 인근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 9살 승아양.
남겨진 가족들은 승아에게 영원한 안녕을 고해야만 했습니다.
[고 배승아 양 (출처 CBS 라디오) : 안녕하세요 전 승아예요, 전 문정초를 다니는 배승아라고 합니다. (초콜릿을) 한 번 맛보면 멈출 수가 없어요, 전 승아예요.]
만지면 부서질까 소중히 키웠던 예쁜 딸 승아, 승아가 생전 좋아하던 인형을 꼭 끌어안은 채 끝까지 하고 싶지 않은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고 배승아 양 어머니 : 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들어주세요. 우리 화장 안 하면 안 될까? 화장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3학년 4반, 학급 친구들이 보낸 근조 화환은 가족들의 마음을 더 쓰라리게 합니다.
지난 토요일 대전 서구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좌회전을 하던 차량이 그대로 인도로 돌진했습니다.
이 사고로 승아 양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엄마와 오빠를 유독 잘 따랐던 승아 양.
사고 직전에도 승아 양은 엄마에게 친구들과 조금만 더 놀겠다며 전화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됐습니다.
[고 배승아 양 오빠 (출처 CBS 라디오) : 저희가 15살 차이가 나는데 승아가 저를 항상 따르고 엄마도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고 심지어 최근에 알았는데 승아 휴대폰 비밀번호가 제 생일로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승아의 목숨을 앗아간 가해 남성 방 모 씨는 등산모임에 참석해 소주와 맥주 14병을 9명과 나눠 마신 걸로 조사됐습니다.
사고 20분 전 CCTV에 포착된 방 씨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입니다.
[방 모 씨/음주 사고 가해자 : 유가족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거듭 드립니다. (아이들을) 안 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승아양 사고 하루 다음 날에도 한 가정이 무너졌습니다.
또 음주운전 때문입니다.
아내와 함께 분식점을 운영하며 삼형제를 키우던 한 단란한 가족의 가장이 떡볶이를 배달하러 가다 음주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얼마나 아팠느냐, 얼마나 아팠었느냐….]
지난 9일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음주 운전 차량이 40대 오토바이 운전자를 들이받았습니다.
6년 전부터 분식집을 열고 아내와 함께 밤낮 없이 일하며 자리를 잡아가던 중이었는데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어머니 : 손자가 셋인데 지금 가르치려고 저렇게 얼마나 일만 하고 일만 하고 그러고 하다가 어디 놀러도 못 갔어요.]
면허 취소 수준으로 술에 취한 채 6살짜리 딸을 태우고 운전하던 30대 엄마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차량 전복 사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하루걸러 하루꼴로 이렇게 음주운전 사고가 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가 여전히 낮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히고 있는데, 실제로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운전으로 사망이나 상해를 일으키더라도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음주운전이나 위험운전 등 치사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율이 각각 56%, 68%나 됩니다.
지난해 6월 대구에서는 음주운전 전과 2범 운전자가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냈지만, 법원은 고작 징역 3년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윤창호법 도입으로 음주운전 사망 시 최소 3년에서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게 됐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최근에는 음주운전을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인데 대당 250만 원 정도 내면 기존 차량에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고 차에 설치된 측정 장치를 불었더니, 실패 표시가 뜨면서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음주시동잠금장치'인데,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만 시동을 걸 수가 있습니다.
[패스가 됐습니다.]
미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상습 음주운전자 차에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달고 있는데, 최대 70%까지 재범 방지 효과가 있다고 조사됐습니다.
[유상용/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한 번 사고를 냈어도 사실 경각심이 크게 없는 상태라서 또 사고를 내고 있는 게 증가를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상습 음주운전자들에 대해서는 경각심이 약하지 않나 이런 분석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술에서 걷은 세금 3천억 원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도입은 더딥니다.
국회에서 이 시동 장치 하나 다는 법안이 14년간 통과가 되지 못했을 만큼 관심이 적습니다.
이제라도 또 다른 승아가 나오지 않도록, 또 다른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강력한 처벌과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연남 기자(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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