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의 최고 행정책임자인 나상호 교정원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원남교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과 관련한 봉축(공경하는 마음으로 축하함)사업 주제와 방향을 이 같이 소개했다. 대각개교절은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진리에 눈을 뜨며 크게 깨달은 1916년 4월 28일을 개교한 날로 보는 원불교 최대 경축일이다.
나상호 교정원장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나 교정원장은 “원불교는 소태산 대종사가 태어난 날(5월 5일)이 아니라 깨달은 날을 기린다”며 “특히 원기 108년인 올해는 매우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원불교는 고유의 시대를 36년씩 장기로 끊어 ‘대(代)’로 구분한 뒤 대마다 12년 단위의 중단기 목표를 세워 추진하는데, 올해는 3대의 마지막 해를 평가하고 내년부터 시작되는 4대의 목표를 설계하는 해이다.
나 교정원장은 “사회적으로 생명에 대한 존엄성 상실과 훼손돼 가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자 한다”며 “이는 종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종교계 처음으로 전국 교당의 ‘RE100(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실현하고, 전체 교무(성직자·1500여명)의 50% 이상을 생명존중(자살예방) 전문가 및 강사로 양성할 계획이다. 나 교정원장은 “전국 520개 교당 중 100개 교당에서 햇빛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남 영광 교당에서는 태양광 발전으로 이미 98%를 실현했다”며 “전국에 있는 각 종교의 성소에서만 재생에너지를 써도 (환경 보호에)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OECD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살기) 어려우면 그랬겠는가”라며 “어린 학생부터 성인들까지 스스로 생명 놓는 것을 막기 위한 활동을 종교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불교는 제 4대를 개막하기 위한 교단 혁신 작업도 진행 중이다. 개별교당 중심성을 탈피해 각 교화단이 권한과 책임을 갖는 ‘자치 교화’, 교화자원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공동 교화’, 지역을 기반으로 교화와 행정을 일원화하는 ‘교화단 체제’를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현행 전국 14개 교구(군종교구 제외)를 4~5개 광역 대교구와 하위 30개 이하의 소교구로 개편해 교구별 자치역량 강화와 교화 활성화를 모색 중이다. 시대 흐름에 맞춰 젊은 세대의 정서나 문화 및 원불교 세계화를 감안한 제 4대 목표를 구상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새로 신축된 원남교당은 도심 속에 자리한 원형의 흰색 건물로 아늑한 느낌을 줬다.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조민석 건축가의 작품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여사 쪽에서 건축비를 상당히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여사를 비롯해 이 회장의 외가는 독실한 원불교 신자다. 원남교당 내 한옥 법당인 ‘인혜원(仁慧苑)’도 홍 여사 부모인 고 홍진기 전 법무장관과 김윤남의 법명 ‘인천(仁天)’과 ‘혜성(慧性)’에서 한 글자씩 따 지었다고 한다. 원남교당은 원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은 누구가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되도록 개방된다.
글·사진=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