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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전광훈 손절 나선 국민의힘…홍준표, 김기현 소극적 대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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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힘 지도부가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 씨와 본격적으로 선 긋기에 나섰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그 사람은 당원도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죠. 오늘(11일)도 전씨는 다른 당을 창당했고 국민의힘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기현 대표에게 소극적인 대응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줌 인'에서 국민의힘이 '전광훈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설명드렸죠.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 씨가 국민의힘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을 일컫는 건데요. 당내외의 거듭된 지적에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제야 방역 대책을 마련하는 분위기입니다.

[장예찬/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어제) : 우리 국민의힘은 전광훈 씨처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극단적 언행을 하는 인물의 영향을 받는 정당이 아닙니다. 마치 국민의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왜곡하는 발언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국민의힘,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과 MZ세대의 표심을 공략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전씨와 같은 아스팔트 극우 성향의 인사들에게 당이 휘둘리는 듯한 모습은 역효과를 낳을 텐데요. 그간 애매한 태도를 취했던 당 지도부가 전씨와 거리두기 강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전씨를 '이사야'로 치켜세웠던 김기현 대표, 어제는 '그 사람'으로 급을 낮췄습니다.

[김기현/당시 전 울산시장 (유튜브 '평화나무' / 2019년 11월 30일) : 이 패악한 정권, 독재정권을 향해 외치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가 저는 전광훈 목사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어제) : (전씨에 대해서는) 나중에 필요할 때 얘기를 할게요. 그 사람 우리 당 당원도 아닌데…]

김 대표의 방역 강화 지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이러스는 오히려 대유행을 향해 가는 모양새죠. 전씨는 어제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국민의힘을 향해 자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 들지 말라고 반발했습니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너알아TV' / 어제) : 한국에 있는 이 정치인들은 공부는 안 하고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가지고 김밥이 옆구리 터진 것 같은 이런 질문을 한다 이거예요. 그러면 전광훈 너는 정치를 하겠느냐, 나는 정치 안 합니다, 정치 안 하고. 정치인들은요, 권력을 가지기 때문에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해요.]

여당의 내년 총선 승리는 어차피 자기 도움 없이는 안 된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는데요. 200석을 얻고 싶으면 자신과의 거리두기는 포기하라고 배짱을 부렸습니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너알아TV' / 어제) : 이래가지고 200석 하겠습니까? 우리의 목표는, 한국 교회 목표는 다음 돌아오는 총선에서 (여당의) 200석을 서포트하는 것이 한국 교회 목표입니다.]

전씨의 도발 수위가 올라가자 덩달아 발언 강도를 높이는 이도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인데요. 전씨의 막말에 비해 김기현 대표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대표에게 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 거냐고 쏘아붙였는데요.

[홍준표/대구시장 (페이스북 음성대역) : 김기현 대표에게는 200석 만들어 준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 그런데도 '그 사람 우리 당원도 아니다'라고 소극적인 부인만 하면서 눈치나 보고 있다.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목회자와 페이크 뉴스만 일삼는 극우 유투버만 데리고 선거 치를 수 있다고 보는가?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 건가?]

더 이상 눈치 보지 말고 전씨를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는 주문인데요. 단호히 끊어내는 게 뭔지 몸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아니, 한동훈 장관은 총선으로 가는 것보다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이 정부의 어떤 상징처럼 활동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이런 말도 있어서 그런데 총선에 도움 되면 나가야 됩니까?} 그거는 내가 할 말도 아니죠! 질문 자체가 엉터리다! 그러니까 누구를 특정인으로 할 필요가 뭐 있냐 이 말이야. 원 오브 뎀으로 다 하면 되지. {그래요, 한동훈 장관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시는 것 같고.} 말을 그래 하면 안 되죠! {방자합니까?} 아이고, 아이 거참! 이 전화 끊읍시다! 이상하게 말을 돌려가지고 아침부터 그렇게 하네.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니, 그러면, 홍 시장님!} 전화 끊습니다! {아니, 홍 시장님! 전화 이렇게 끊으시면 안 되죠! 청취자들이 듣고 계신…}]

홍 시장,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선보였죠. 김 대표에게도 생방송 도중 전화를 끊는 단호함을 보고 배우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 같은데요.

실제로 김 대표도 자극을 받은 걸까요? 오늘 페이스북에 전 당원을 상대로 경고문을 게재했습니다. 이미 전씨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더 이상 전씨와 당을 결부시키려 들지 말라고 강조했는데요.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음성대역) : 전 목사는 다른 정당을 창당하여 그 정당을 실제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사람이 우리 당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까? 그럼에도 전 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당과 결부시켜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당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합니다.]

전광훈을 아예 금기어로 설정한 격인데요. 정작 불만은 전씨보다 홍 시장에게 더 많이 쌓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전씨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은 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홍 시장을 겨냥한 겁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지난 3일) : 지방자치 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 일에 더 전념하시면 좋겠습니다.]

전광훈 바이러스가 쉽사리 종식되지 않는 이유, 국민의힘이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간 전씨의 힘이 필요할 때면 은근슬쩍 손을 내밀었기 때문인데요. 홍준표 대구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 때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한 홍 시장은 전씨의 도움을 받았던 바 있습니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2017년 5월 2일) : 1200만 기독교인, 30만 목회자, 25만 장로님, 50만 선교 가족을 대표하는 기독자유당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 후보를 지지를 선언합니다.]

[홍준표/당시 지유한국당 대선후보 (2017년 5월 2일) : 1200만 전국 기독교인들이 저희 당을 지지해주시면 반드시 친북좌파 정권을 막을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전씨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 회장으로 선출된 2019년 이후에는 보수 정당과 유대감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했던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전씨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죠.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2019년 3월 20일) : '이러다가는 나라가 해체될지도 모르겠다'라는 이런 말들이 서슴없이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셨고 제 개인적 욕심으로는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황교안/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2019년 3월 20일) : 대한민국다운 대한민국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목사님들께서도 우리 천만 크리스천들과 함께 뜻을 좀 모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그 누구보다 전광훈 바이러스 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게 홍 시장과 황 전 대표입니다.

[황교안/전 미래통합당 대표 (KBS '주진우 라이브' / 어제) : 저하고의 문제는 제가 정리를 했고, 또 김기현 대표와의 문제도 김기현 대표가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당이 정상적인 정당으로 일어나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광훈 목사는 선지자라고 생각하십니까?} 거짓말하는 선지자는 제가 못 봤어요.]

엄밀히 따지면 국민의힘이 전씨를 손절한 건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지난 2020년 8월, 전씨가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었죠. 당시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집회를 방관했다고 비판했는데요. 집회에 미래통합당 전·현직 의원들이 다수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아니나 다를까, 미래통합당은 곧바로 손절을 선언했습니다.

[김은혜/당시 미래통합당 대변인 (2020년 8월 18일) : 전광훈 목사는 정부의 방역 시책에 협조하지 않은 채 공동체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용납하지 못할 행동을 했습니다. (민주당은) 코로나19로 대한민국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 정치를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미래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또 함께 한 적도 없습니다. 말이 안 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시는 게 안쓰러워 보일 뿐입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손절에 나선 건데요. 전씨가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손절일 수 있지만 전씨 입장에서는 감탄고토였겠죠. 특히 전씨는 한때 정을 나눴던 홍 시장과 황 전 대표에 대한 악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너알아TV' / 어제) : 현재 홍준표 시장님, 황교안 전 대표님 하시는 말씀 보세요. 저게 통제되는 말입니까, 저게? 그래서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아야 되는 거예요. 내가 의석을, 그것도 내가 영상을 보니깐 몇 석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예 불가능할 만큼 수십 석을 달라고 했다, 그거 증거를 내놓으세요. 일단 나는 그때 감옥에 있었어요, 감옥에. 황교안 대표 근데 연세가 좀 드시니깐 치매가 오는 거 같아.]

자, 오늘은 여전히 국민의힘에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전광훈 바이러스에 '줌 인'해봤는데요. 과연 국민의힘은 이 참에 전광훈 씨와 그 지지 세력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을까요? 밀어내려고 애써도 잘 안 되는 형국인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노래로 정리하겠습니다.

"내 안의 그대를 놓을 수 없네요 애써도 그게 잘 안돼요 마음과 반대로 밀어내려 할수록 이토록 더 아파지네요."

-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거미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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