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했는데, 오히려 피해자들만 고통을 받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한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의 대화 내용 일부를 들으실 텐데요.
원장에게 30분 넘게 혼났다는데, 휴가 때 어디 가는지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어린이집 원장 (지난 2020년) : 선생님, 제주도 간단 이야기를 저한테 했어야죠, 했어야 맞죠? 그런데 왜 말씀 안 하셨어요? (A 씨 : 지금까지 휴가 쓸 때 누구 만난다, 어디 간다 보고하라는 말씀 하신 적이 없어 가지고) 내가 나쁜 의도로 물었어요? 나 나쁜 의도로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나한테 다시 질문을 했지, '제가 개인적으로 가는 것까지 말을 해야 하나요?' 이렇게 물어보면 선생님 지금 나랑 싸우자는 소리잖아요. 그건 살짝 기분 상했어요. 그건 나한테 할 이야기 아니에요.]
이 일로 반성문까지 써야 했던 막내 교사 A 씨,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지시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A 씨 / '직장 내 갑질' 피해 어린이집 교사 : 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속옷 끈을 잡아 올리면서 '뽕'하고 다녀라. 대표가 오실 때 춤을 춰 드려야 된다, 교사들한테. 그러면서 상추쌈 사서 먹여 드리라고 이제 지시를 한다든가.]
견디다 못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원장은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받았고, 교사만 다른 어린이집으로 발령 났습니다.
좁은 업계에서 소문은 퍼질 대로 퍼졌고, 결국 어린이집 교사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A 씨/'직장 내 갑질' 피해 어린이집 교사 : 그냥 조용히 퇴사하라고 하고 싶어요. 신고하면 저처럼 되니까. 그리고 제가 이런 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은 더 신고할 엄두를 못 내겠죠.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게 워낙에 그렇게 막 큰 중죄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피해자는 사실 제가 영혼이 타들어가는데….저는 홀몸이고, 아무도 없고, 백도 없고, 진짜 누구 도와줄 사람도 없는데.]
직장인 10명 중 3명꼴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아까 전의 어린이집 교사의 조언처럼 아예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괴롭힘을 겪은 직장인들 중 절반 이상(59%)이 '참고도 모른 척했다'고 답했습니다.
신고를 하더라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고(71%),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17%)는 이유였습니다.
신고한 사례들만 따져볼까요.
60% 이상이 피해자 보호 등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오히려 신고했다고 보복을 당하는 경우는 3분의 1에 달했습니다.
[박점규 /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 :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법에 도입된 지 4년 가까이 되는데요. 줄어들려면 사실 신고를 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당하고 있는 이 현실에 대 한 가장 큰 책임은 저는 노동청에 있다고 봐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조금만 엄하게 처벌하겠다 라고 하는 그런 메시지만 줘도 직장 내 괴롭힘 굉장히 많이 줄어들 거예요.]
시행된 지 4년이나 되지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세밀한 점검이 필요할 때입니다.
전연남 기자(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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