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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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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뭔 상관이야"…96세에 뮤지컬 내놓은 거장은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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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시카고'의 음악은 작곡가 존 캔더가 만들었다. 사진은 영화 '시카고' 스틸 컷. [사진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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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거장이라고 하면 앤드루 로이드 웨버만 떠오르는 당신. 하나 더 기억해야할 이름이 있으니, 존 캔더(John Kander). 올해 96세인 그는 미국 뮤지컬의 산 증인이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노래는 모를 수 없다. '뉴욕 뉴욕'부터 '시카고' 등 국내에도 인기가 높은 뮤지컬 및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96세라면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을 것 같지만, 그는 왕성한 현역이다. 지난달 말 첫 공개되고 이달 26일 브로드웨이 정식 오픈 예정인 뮤지컬 '뉴욕 뉴욕'이 그의 최신작이다.

'뉴욕 뉴욕'은 본래 1977년 마틴 스코세지가 감독하고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을 맡은 동명 영화의 OST였는데, 이번에 별도로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4일(현지시간)자 인터뷰에서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일은 살아있으면 그냥 계속 하는 거지"라고 덤덤히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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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캔더는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문화 훈장을 받았다. 저작권자: Jocelyn Augustino 무단 전재 및 도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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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엔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고, 뉴욕양키스는 '뉴욕 뉴욕'을 응원가로 틀지만 정작 캔더 본인은 그에 대해 쑥스러워한다고 NYT 기자는 적었다. 아마도 그의 어머니의 영향이었을 거라는 게 NYT 기자의 생각이다. NYT는 "어린 시절 캔더가 어머니에게 받았던 칭찬은 '그래, 우리집 망아지보다는 잘했구나'였다"며 "잘난 척하지 않는(unassuming) 성격을 물려받은 그는 칭찬을 받으면 좋아하기 보다는 부끄러워한다"고 전했다.

캔자스시티에서 나고 자란 그는 군인의 길을 걸었고, 6.25에도 참전할뻔 했으나 한국행 직전에 폐에 이상이 발견돼 제대했다. 그러다 음악대학에 들어가 재능을 인정받았고 콜럼비아대학원에서 작곡으로 석사까지 마쳤다.

그러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뮤지컬의 리허설 피아니스트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뮤지컬에 입문하게 됐다. 그는 곡을 쓰고,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프레드 엡은 가사를 쓰며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제왕으로 오랜 기간 군림했다. 엡은 2004년 작고했지만 캔더는 활동을 이어갔다. 2014년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문화 훈장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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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게재한 존 캔더와의 인터뷰. [NYT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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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더의 끝없는 영감의 원천은 뭘까. 그는 NYT에 "어떨 때는 내 손가락에 뇌가 달려있는 것처럼, 손가락이 스스로 움직일 때도 있다"며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는 80세에도 곡을 쓰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하나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과 같다"며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재능을 발현할 기술을 익히지 않는다면 그 재능은 의미가 없고, 반대로 재능이 없는데 기술만 뛰어나도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아노 건반은 내가 네 살이었을 때부터 나의 최고의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나는 대단한 절대자가 아니라, 나의 오랜 친구와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목수같은 존재일뿐"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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