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 왕복 6차로 교량의 한쪽 보행로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이곳을 건너던 여성 1명이 숨지고 남성 1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신도시 조성과 함께 30년 전 건설된 이 다리는 출퇴근 시간에 차량 통행이 끊이지 않고, 인근 학원가와 지하철역을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다리 밑에는 산책로와 벤치 등이 있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오전 교량 양쪽에 설치된 보행로 중 한쪽 보행로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며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정자교에서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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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C등급 판정…성남에 크고 작은 다리 211개
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5분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탄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인 ‘정자교’의 한쪽 보행로 108m 가운데 50여m가 무너져내렸다. 이 사고로 보행로를 걷던 행인 2명이 5m 아래 탄천 보행로 쪽으로 추락했다. 이 중 30대 후반의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고, 30대 남성 1명은 허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로, 아파트 단지에서 정자역 방향으로 걷다가 다리가 붕괴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어떤 조짐을 보이거나 천천히 붕괴한 것이 아니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인근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붕괴했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붕괴와 함께 교량 가드레일과 이정표 등은 아래로 쏟아져 엿가락처럼 휘었고, 차로 곳곳에 금이 갔다. 소방당국은 전날 밤부터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지면서 노후 교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과 협의를 거쳐 사망자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붕괴 원인과 성남시 안전진단의 적절성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5일 오전 교량 양쪽에 설치된 보행로 중 한쪽 보행로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며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정자교에서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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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 영향?…인근에 대형 아파트·주상복합·상가 밀집
정자교는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1993년 건설된 왕복 6차로(폭 26m), 연장 108m의 중대형 교량이다. 정체가 빚어지면 양방향으로 50대 넘는 차량이 밀린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와 주상복합건물, 상가 등이 밀집해 있고, 분당선·신분당선 지하철과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선 이 다리를 지나야 한다.
하지만 2021년 정밀점검에선 교량 노면 등에 보수가 필요한 C등급을 받았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정자교는) 지난해 8∼12월 정밀점검 결과에 따라 바닥판과 단면보수를 마쳤다”면서 “올 2월 외부업체에 의뢰해 추가 정밀점검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내 교량들에 대한 긴급안전점검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성남에는 소규모 보행교까지 포함해 모두 211개의 다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오전 교량 양쪽에 설치된 보행로 중 한쪽 보행로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며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정자교에서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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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분당신도시 조성 당시 바닷모래를 썼다는 ‘풍문’을 다시 거론하거나, 지난해 여름 탄천 범람 직전까지 갔던 폭우로 다리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정모(52)씨는 “믿기지 않는 날벼락”이라며 “온종일 주민과 아이들이 정자역과 학원가를 오가기 위해 지나는 곳”이라며 “1기 신도시인 분당에는 훨씬 오래되고 위험한 교량이나 터널이 많아 안전 점검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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