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16만 배럴, 자발적 감산” 발표
국제유가 한때 8% 넘게 치솟아
한은 “유가 10% 뛰면 물가 0.2%P↑”
배럴당 100달러 전망에 물가 비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하루 100만 배럴 넘게 줄이기로 ‘기습’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고, 일각에선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세계의 공장’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맞물려 인플레이션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긴축정책을 펴오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여온 각국 중앙은행들이 또 하나의 난제를 마주하게 됐다.
● 국제유가 장중 8% 급등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동 산유국이 주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연합체 ‘OPEC플러스(+)’가 2일(현지 시간) ‘자발적 감산’이라는 명목하에 일일 116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장중 8% 넘게 치솟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OPEC+국가들은 가격 방어를 위해 급히 감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감산량이 큰 국가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다음 달부터 올해 말까지 하루 원유 생산량을 50만 배럴씩 줄이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또한 같은 기간 14만4000배럴의 감산을 예고했다. 올 3∼6월 50만 배럴의 감산 계획을 이미 밝힌 러시아는 감산 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OPEC+는 지난해 10월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 발표한 50만 배럴 감산에 이날 산유국들의 자발적 추가 감산까지 합치면 총 감산량은 하루 366만 배럴로 늘어난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3.7%에 달한다.
● 배럴당 100달러 다시 오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시장에선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OPEC는 지난달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원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하루 71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기습 감산까지 이어지자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놓고 올해 브렌트유 유가 전망은 기존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내년 전망치는 97달러에서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심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현재 배럴당 80달러 수준인 국제유가가 10% 정도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가량 오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유가가 높아지면 경상수지 적자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과 달리 곧 하절기로 접어드는 지금은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흐름과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