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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사우디, 알아사드 불러냈다…시리아 내전 12년 만에 아랍회담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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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뱌사르 알아사드 대통령(왼쪽)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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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57) 대통령을 12년 만에 아랍연맹 정상회담에 초청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관련 소식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의 외교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가 몇주 안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공식 초청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랍연맹 정상회담은 아랍 국가들의 대(對)이스라엘 공동 전선으로, 오는 5월 19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다. 아사드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하게 되면 지난 2011년 내전 이후 약 12년 만이 된다. 당시 회원 자격이 정지됐던 시리아의 지위도 복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는 오랜 반목을 거듭해 온 걸프 국가들 사이에 해빙 기류가 조성되는 또 하나의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아사드 정권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기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한 이래로 반정부 세력과 내전에 돌입했다. 이슬람의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러시아와 함께 아사드 정권을 후원했고, 사우디는 이에 맞서 미국 등과 손잡고 반군을 군사·재정적으로 지원해왔다.



사우디, 이란·시리아와 연쇄 해빙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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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가운데)이 지난달 10일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과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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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와 시리아는 최근 대사관을 재개하는 등 양자 관계도 되살리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우디와 이란이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슬람 계파 수니·시아파의 양대 종주국인 사우디와 이란은 중국의 주선으로 지난달 12일 베이징에서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이것이 이란의 후원을 받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 사우디의 관계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시리아 사이에선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의 일련의 관계 재편은 미국의 영향력 축소와 동시에 틈새를 파고 드는 중·러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리아는 최근 파이살 메크다드 외교장관이 1일 이집트 카이로를 공식 방문하는 등 이집트와도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 노선 걷는 사우디…“석유 116만 배럴 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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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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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사우디가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나 중동 안에서 독자 노선을 강화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종종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이집트와 함께 움직여 온 사우디는 이들 세 국가가 ‘아브라함 협정(2020년)’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에 나섰던 것과 달리 아직 이스라엘에 거리를 두고 있다”고 짚었다.

사우디의 독자 노선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약 70여 년 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전세계 생산량 3위권의 ‘석유 카드’를 손에 쥔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37) 왕세자는 이를 쥐락펴락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블룸버그 통신은 2일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원국들이 내달부터 하루 116만 배럴(bpd)을 자발적으로 감산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가 50만 배럴로 최대 규모다.

미 백악관은 이에 “현재 시장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놓고 불만을 표시했다. 블룸버그는 “OPEC 플러스가 예기치 않게 시장 긴축을 위협하는 감산을 발표하면서 백악관을 짜증 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배럴당 79달러선인 유가가 100달러로 치솟을 가능성이 증가했다”며 비관적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사우디와 미국은 군사 동맹은 아니지만, 석유·군사 지원을 매개로 강력한 공생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조 바이든(80) 행정부 들어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과 사우디의 최고 권력자인 빈 살만 왕세자는 개인적인 ‘케미스트리’부터 안 맞는다는 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미 민주당의 인권·민주주의를 외교 가치로 앞세워 왔다. 대선 후보 시절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빈 살만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개 비판했을 정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7월에야 빈 살만을 만났다. 첫 만남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 문제를 제기했고, 빈 살만 왕세자는 보란 듯이 그해 10월 대대적인 석유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미, 전통 맹방 이스라엘·사우디와 삐걱



사우디의 이 같은 행보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대중동 전략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미국 측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힘의 균형추를 아시아로 이동시켰다는 점에서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 공백을 끊임없이 노리고 있다. 아랍뉴스는 “러시아는 튀르키예·시리아도 중재하고 싶어한다”면서 “사우디·이란을 중재한 중국의 성공을 뒤따르기를 희망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3~4일 시리아·튀르키예·이란과 4자 외교차관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시리아·튀르키예 국방 장관회의를 주최한 데 이어 중동에서 중재자로서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중동 내 미국의 또 다른 맹방인 이스라엘도 최근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우디·이란·시리아가 밀착하는 사이 극우 성향 베냐민 베나탸후 정권은 최근 사법 개편안 문제로 인한 내홍을 수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유대인 정착촌 확대 문제로 13년 만에 주미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는 등 미·이스라엘 관계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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