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조승우의 오페라 유령…무대를 광기로 뒤덮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이 13년 만에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흥행 보증수표인 배우 조승우의 유령 데뷔작이다. [사진 에스앤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초대형 샹들리에 무게 1t, 파리의 문화 전성기인 19세기 벨에포크 시대를 구현한 220벌의 오페라 의상, 37년간 계속된 런던 웨스트엔드 초장기 베스트셀러 공연, 전 세계 관람객 1억4500만 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수식하는 숫자들이다. 압도적인 무대와 극적인 구성,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세계 뮤지컬 팬들을 사로잡아 온 ‘오페라의 유령’이 부산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13년 만의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이다. 배우 조승우가 김주택·전동석과 함께 주인공 유령, 팬텀 역을 맡았다. ‘오페라의 유령’과 국내 뮤지컬 최고의 흥행 카드 조승우의 결합이라는 점만으로도 관객들의 마음은 설렌다.

지난 1일 오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오페라의 유령’ 공연은 조승우의 이름값이 거저 생긴 게 아님을 입증한 무대였다. JTBC 드라마 ‘신성한, 이혼’에 출연 중인 조승우는 지금까지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한 적은 없었다. 2001년 한국어 공연 초연 당시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으나 영화 출연 일정이 겹치며 포기해야 했다. 7년 만에 도전한 새 뮤지컬로 ‘오페라의 유령’을 선택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6월까지 열리는 부산 공연의 조승우 공연 회차는 모두 매진된 상태다.

조승우는 이날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을 짝사랑하는 저주받은 음악 천재 ‘유령’ 역을 인상적으로 소화했다. 특유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 노련한 연기를 더해 극의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크리스틴을 떠나보내며 사랑을 고백하는 2막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절절함을 표현하는가 하면, 크리스틴과 함께 배를 타고 지하 미궁으로 들어가는 1막 호수신에서는 작품의 시그니처 넘버인 ‘오페라의 유령’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조승우는 폭발적 성량으로 무대를 장악해야 하는 유령 역 소화를 위해 출연이 확정되자 별도의 보컬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유령은 천재 음악가지만 근육과 힘줄이 흉측하게 피부 바깥으로 드러난 얼굴을 갖고 태어난 불운한 존재다. 누구와도 마음을 나눌 수 없는 ‘괴물’의 고독함과 천재의 광기, 사랑을 향한 집착 등 유령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조승우는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공연이 끝나자 오랫동안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조승우는 이날 제작사 에스앤코를 통해 “이 역할이 내 옷이 아닌지 고민하면서 도망가고 싶은 때도 있었다. 많이 떨었고 실수도 잦았지만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지킨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유령과 크리스틴, 귀족 청년 라울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1986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고, 한국에서는 2001년 초연 당시 7개월간 24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국내에 ‘뮤지컬 산업’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 됐다.

인터미션을 제외한 공연 시간 130분 동안 22회 장면 전환과 82회 오토메이션 큐(무대 장치 작동 등을 위한 신호)가 이뤄졌다. 6분에 한 번 무대가 전환되고 2분에 한 번 무대 장치가 이동한 셈이다.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은 6월 18일까지. 7월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이 이어진다.

부산=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