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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北, 식량 받고 러시아에 무기 제공"…북·러, 고립 속 밀착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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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에 탄약 등 무기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식량을 받아가려다 미국에 덜미를 잡혔다. 무기와 식량의 맞교환 형태로 이뤄지는 이러한 거래 정황에 대해 국제 사회에선 핵·미사일 개발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립된 북·러가 전략적으로 밀착하며 '반미(反美) 연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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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9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하는 모습. AP Photo/Patrick Semansky.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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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탄약 24종 이상 제공"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0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 확보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그 대가로 식량을 제공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미 24개 이상 종류의 무기와 탄약을 북한으로부터 받았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한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북·러 간 탄약-식량 거래를 아쇼트 므크르티체프라는 슬로바키아 국적의 무기상이 중재했다고 보고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제재 명단에 올린 므크르티체프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북한 관리들과 20여종의 북한 무기와 군수품을 러시아에 판매하고 그 대가로 상업용 항공기를 비롯한 상품, 원자재 등 다양한 물자를 북한에 제공하려고 계획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는 북·러 무기거래 관련 미국과 계속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상 북한과의 모든 무기 거래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에 초점을 두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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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ㆍ러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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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사이에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 한·미가 민감하게 대응하는 기류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러의 동향을 미국이 전부 주시하고 있다는 경고 차원이자 대북 압박 레버리지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국제무대에서 러시아를 공공연히 지지하고 있는 북한도 군사적 측면의 대러 지원까지 연루되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러가 아예 한 패로 묶이면 향후 북한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제재 해제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한·미를 겨냥한 각종 도발을 이어가면서도 유독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설'에 대해서는 "황당무계한 모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북한이 '푸틴의 살인 병기'로 불리는 러시아의 민간 용병 회사 와그너 그룹에 보병용 로켓, 미사일 등 무기와 탄약을 판매했다고 밝혔고, 지난 1월엔 러시아의 5량 짜리 열차가 북한으로 이동해 컨테이너를 싣고 돌아오는 모습이 담긴 위성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한동안 침묵하다 9일만에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 담화를 내고 "미국이 자작 낭설을 퍼뜨리다가는 재미없는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며 무기 거래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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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현지 시각) 백악관이 공개한 러시아와 북한의 철도를 찍은 위성사진. 왼쪽 사진의 5량 짜리 러시아 열차가 지난해 11월 18일 러시아를 출발했으며, 다음날 오른쪽 사진과 같이 북한에 도착해 컨테이너(무기 추정)를 싣고 다시 러시아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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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매체 "北의용군 파견"



무기거래에 대한 북한의 강한 부인 속에서 최근엔 러시아 친정부 성향의 매체 루스카야 베스나를 통해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5월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의용군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매체는 "북한의 포병, 보병 부대가 무기와 탄약을 갖고 투입될 것"이라는 구체적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코로나 종식 선언 후에도 국경 봉쇄와 고강도 방역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군 병력이 대거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며 "이러한 보도는 러시아 차원의 여론전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러의 급속한 전략적 밀착 기류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 북·러가 밀착해 미국과 전면 대치하는 상황은 한국의 안보 상황에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를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북한이 원하는 북·중·러 연대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며 "북한이 핵 개발에 있어 아직 완성하지 못한 '퍼즐'을 러시아의 도움으로 완성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북·러 간 공조 정황을 꾸준히 제기하는 건, 한국 등 동맹과 우방국이 무기 제공 등 우크라이나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간접적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외 접점 넓히는 北



한편 북한은 러시아 뿐 아니라 중국 등 전통적 우방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반서방 국가와 접점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국제사회 고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절박한 '내 편 찾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로 2년 넘게 북한에 들어가지 못했던 왕야쥔(王亞軍) 신임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최근 북·중 국경을 넘어 육로로 평양에 부임했다. 31일 통일부에 따르면 이후 추가로 북·중 국경 개방 움직임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봉쇄 조치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또 최근엔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와 5년만에 외교를 정상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당시 부르키나파소의 민주 정부는 북핵 개발을 겨냥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따르기 위해 북한과의 무역을 중단하는 등 사실상의 단교를 선언했다. 그러나 부르키나파소에는 지난해 군사 정부가 들어섰고, 이후 서방과의 관계는 악화되고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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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키나파소 국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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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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