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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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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입막음’ 트럼프, 역대 美대통령 중 첫 형사기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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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대배심, 성추문 입막음 혐의 형사기소 결정

트럼프 “역사상 최고 수준의 정치적 박해” 강력 반발

내년 대선구도 '출렁'…"지지층 결집, 정치적으론 이득"

드샌티스 등 공화당 내 라이벌들도 "사법 무기화" 비판

[이데일리 방성훈 김겨레 기자] 성추문을 입막음하기 위해 포르노 배우에게 돈을 준 의혹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마녀사냥’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2024년 미 대통령 선거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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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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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대배심,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형사기소 결정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3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국 뉴욕 맨해튼 대배심 배심원들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을 입막음하기 위해 포르노 배우에게 돈을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형사 기소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을 통해 2016년 대선 직전 입막음용으로 합의금 13만달러(약 1억6700만원)를 지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코헨이 우선 13만달러를 개인 돈으로 합의금을 전달하고, 이후 트럼프그룹이 13만달러와 더불어 추가 비용 등 총 42만달러를 갚아준 것으로 전해졌다. 입막음을 위해 사실상 회삿돈을 유용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자금집행내역을 ‘법률 자문비용’으로 부정 처리,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기 때문에 그를 위해 회삿돈을 사용한 것은 불법 선거자금 수수에 해당하며, 이러한 선거법 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면 중범죄로 기소할 수 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NYT는 대배심이 기소 결정을 수일 뒤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배심 발표와 함께 앨빈 브랙 맨해튼 지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때 구체적인 혐의가 담긴 공소장도 함께 공개될 전망이다. 이번 기소와 별도로 미 사법 당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서 플로리다 자택 반출과 1.6 의회폭동 선동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역대 전·현직 미 대통령 가운데 형사 기소를 당한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수십년 동안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직 혐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대배심의 의견을 받아들여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 미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

트럼프 “역사상 최고 수준의 정치적 박해” 강력 반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사실을 접한 뒤 강력 반발했다. 그는 즉각 성명을 내고 “역사상 최고 수준의 정치적 박해와 선거 간섭”이라며 “민주당의 노골적인 선거 방해 행위로 완전히 무고한 사람을 기소한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자행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정적을 처벌하기 위해 사법(공권력)을 무기화한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은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파괴하기 위한 마녀사냥을 벌여 왔다”며 “이러한 마녀사냥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대한 역풍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진 출두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서겠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정치 수사’라는 프레임을 씌워 자신이 정치적 박해를 받는 모습을 연출, 지지층을 결집시키 위한 의도로 읽힌다. 다만 전직 대통령으로 경호를 받는 신분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제 구인될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측이 맨해튼의 배심원들이 정치적 이유로 불공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맨해튼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2024년 대선구도 ‘출렁’…“지지층 결집 등 정치적으론 이득”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는 2024년 대선 레이스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사상 첫 기소당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은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에겐 불명예스러운 일이지만,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해 정치적으로는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실제 공화당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라이벌들조차 이번 기소 결정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비미국적(un-American)인 조치”라며 “정치적 의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사법 시스템의 무기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CNN 인터뷰에서 “우리 나라를 더 분열시킬 것”이라며 “전례 없는 격분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로나 맥대니얼 미 공화당전국위원회(NCR) 위원장은 “노골적인 권력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퀴니피악 대학교가 지난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지지자 중 7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로 인해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당해선 안된다고 답했다. 93%는 이번 수사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고 봤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역사 교수이자 CNN 정치 분석가인 줄리안 즐라이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두 번의 탄핵, 수많은 조사와 논란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민주당 관계자를 포함해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기소가 2024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WSJ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을 낮게 만들었을 뿐더러, 그의 공화당 예비선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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