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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투자의 창] 美금리 인하 가능성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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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서울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을 금융시장은 연초 최고 6% 수준까지 높여 반영했지만 긴장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까지 미국과 유럽 은행권에서 촉발된 금융 불안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국과 스위스 금융 당국의 발 빠른 대응으로 글로벌 위기 상황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앙은행의 긴축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을 제시하고 시장금리는 이를 반영해 하락했다. 정말로 조기 금리 인하를 기대해도 좋은 것일까.

최근 해외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는 주택저당증권(MBS) 등 부실자산에 따른 금융기관의 연쇄적 도산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일부 중소형 은행의 부실 관리 측면이 강하다. 부실화된 자산이 아닌 채권의 평가손실은 만기 보유 시까지 유동성 문제만 해결하면 별 문제가 없다.

대형 은행은 사업 모델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고 개인 소비자 비중이 높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다. 물론 기준금리를 낮춰주면 평가손실 문제는 빠르게 완화되고 뱅크런 우려도 잦아들 수 있다. 하지만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불러올 정도가 아니라면 중앙은행이 성급히 금리를 내릴 유인은 많지 않다.

일부 은행의 부실이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다음으로는 경기 둔화 수준이 관건이 될 수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글로벌 경기는 ‘무착륙(no landing)’ 전망까지 제기될 정도로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은행권의 금융 불안 리스크는 경기 흐름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은행의 대출 태도 변화와 유동성 확보 움직임 등 신용 긴축(credit tightening) 효과는 이미 25~50bp(bp=0.01%포인트) 수준의 통화긴축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제성장세가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지고 2분기부터 연말까지 한 두 분기는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침체 수준까지 경기가 빠르게 위축될지 여부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긴축 사이클의 출발점이었던 인플레이션 추이를 무시할 수 없다. 유럽과 일본 등 일부 경제 권역은 지난해 4분기, 주요국 대부분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2~3분기를 고점으로 둔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그 속도는 기대보다 완만한 수준에 그쳐 2분기부터는 근원물가가 헤드라인 물가보다 높아지는 부담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2%까지는 아니더라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추세가 서비스물가까지 확고해질지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전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기에는 헤드라인 물가를, 인하기에는 근원물가를 보다 중요시하면서 대응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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