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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수십년 우정' 바이든-네타냐후…'사법 정비안' 두고 갈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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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훈수'에 네타냐후 '발끈'…이례적 공개비판

커지는 민주당 불만 의식…중동 내 입지↓ 불안도

뉴스1

2016년 3월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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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 개편을 밀어붙이다 중단한 것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완전 철회를 촉구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반발하는 등 양국 정상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으로 늘 지지에 앞섰던 미국이 이처럼 이스라엘과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은 데에는 미국 내부에서의 비판 여론 확산과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입지 축소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사법 개혁 철회하라" 바이든 훈수에 네타냐후 발끈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그(네타냐후 총리)가 그것(사법 정비)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바란다"며 사법 정비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현재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상태가 심히 우려된다며 "(이스라엘이) 이 길을 계속 갈 수는 없고 나는 이를 상당히 명확히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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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하이파 항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2023.01.3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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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국 정부는 사법 개혁 입법과 관련해 이스라엘 정계가 가능한 한 빨리 타협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완전 철회'를 촉구하며 이보다 더 나아간 것이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빠르게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가장 친밀한 우방을 포함한 해외 압력에 근거하지 않고 국민들의 의지로 결정을 내리는 주권 국가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40년 넘게 알고 지냈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그의 오랜 헌신에 감사하다"며 양국 사이의 굳건한 동맹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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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의회 앞에서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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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민주당 불만에 진화 진땀

바이든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네타냐후를 공개 비판한 것을 두고 이스라엘을 초당적으로 지지해 온 민주당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점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지난 16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 당원의 49%가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을 더 지지한다고 답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가 더 높았던 것은 2001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민주당 소속 피터 웰치 상원의원은 최근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사태를 언급하며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희망은 미국이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달려있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앞두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벌인 밀착 행보에 대한 반감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 정권과 다르게 "민주적 가치의 회복"을 계속 강조해왔던 만큼 네타냐후 총리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더 강경한 기조로 나섰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이에 더해 전통적으로 친이스라엘 정서가 강했던 미국 유대인 사회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유대인 중도좌파 단체 '제이(J) 스트리트'의 로건 베이로프 커뮤니케이션 부팀장은 CNN에 "네타냐후 총리와 그 측근들은 대부분 미국 유대인을 포기했다"며 "그들은 대다수 미국 유대인이 진보적이고 민주당원이며, '두 국가'(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에서 떼어내 국가로 독립시키는 것) 해결책을 지지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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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0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과 양국의 관계 정상화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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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고' 중동 관리에 이스라엘 평화 중요

중동지역 최대 우방인 이스라엘의 불안정으로 미국의 중동 전략이 위태로워지고 있어 이처럼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가 투입된 상황에서 예비역 군인들까지 사법 개혁안에 반대하며 복무를 거부해 이스라엘군의 수행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 국내 위기가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 이상으로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며 "(사법 개혁 논란은) 이란의 핵무기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관계 개선을 통한 미국의 지역 안정화 노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또 중동 지역에서 미국이 중국에 밀려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했다는 시선도 있다. 앞서 사우디와 이란은 중국 중재로 7년만에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는데 이를 두고 중동에서 중국 외교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AC)의 조너선 풀턴 박사는 AFP에 "이번 합의는 중국이 역내에서 보다 큰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있음을 보여준다"며 이것은 "중동에서 미국의 우위에 도전할 공간이 있다고 중국이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네타냐후를 믿지 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지도자가 비합리적이어서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의 중요한 이익과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님로드 고렌 선임연구원은 "수십년의 우정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말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친분 때문이 아닌 이스라엘의 안녕에 대한 헌신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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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관저를 방문하면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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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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