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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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1년여 앞두고 한 장관이 소환된 건 당 상황과 무관치 않다. 3ㆍ8 전당대회 후 역(逆) 컨벤션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분위기 쇄신용으로 한 장관 카드를 꺼내 들었단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낮아져 내년 총선 승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한 장관에 대한 공개 러브콜이 처음 나왔던 지난해 10월도 당 주류가 위기의식을 느낄 때였다. 당시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대표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자 친윤계인 유상범 의원이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 전 의원 인기가 식지 않자 지난해 12월 당 투톱인 정진석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른바 ‘MZ 세대 지지 대표론’을 공히 꺼내기도 했다. 야권에선 “윤심(尹心)이 한 장관에 있다는 것을 띄운 후 당원 반응을 보는 것 아니냐”(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는 말이 나왔다.
이렇듯 ‘위기 후 한동훈 차출론’ 패턴이 반복되자 당에선 피로감도 감지된다. 익명을 원한 재선 의원은 “한 장관이 스파이더맨이냐”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당이 스스로 변할 생각을 해야지 누구 한명을 데려오면 국민이 우리 당을 갑자기 좋아하게 되냐”고 말했다.
지도부도 전과 달리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한 장관 차출론을 처음 꺼냈던 유상범 의원(수석대변인)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 정책의 아이콘 비슷한 모습”이라며 “제가 대통령이라면 총선 출마를 안 시키겠다”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 역시 전날 “한 장관을 정치적으로 끌어내는 일은 불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도부에 소속된 한 초선 의원은 “이젠 차출론이 정치적인 구호에만 그치지 않는 시점”이라며 “한 장관이 훌륭한 인재라는 점엔 이견이 없지만 진짜로 차출할 거면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치 경력이 없었던 황교안 전 대표가 이끌었던 21대 총선의 패배 사례를 언급하며 “선거 한 번도 안 치른 사람을 어떻게 또 앞세우나”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이 국회에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 사진은 지난해 8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때 장면.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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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사사건건 강하게 맞붙는 한 장관의 스타일은 그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보수층에선 열광하는 요소지만 중도ㆍ진보층에선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2월 28일~3월 1일)에서 한 장관은 11%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20%)에 이은 2위였는데 정치성향별 편차가 컸다. 보수에선 21% 지지를 보냈지만 중도(8%)와 진보(1%)의 지지도는 낮았다.
비윤계도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은 국회에 올 때 싸우러 오는 사람 같다. 총선은 중도ㆍ젊은 층ㆍ수도권 민심을 누가 잡느냐 승부인데 그것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법무부 장관 한동훈을 뛰어넘는 정치인 한동훈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신(변호사) 국가수사본부장 후보 낙마 사태 등 일련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혼선이 생긴 것도 한 장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 변호사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지난 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유럽 출장을 가고 있다. 한 장관이 출국장으로 향하며 손에 든 빨간색 책은 2천500여 년 전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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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관련 권한쟁의심판이 지난 23일 각하된 것도 새 쟁점이다. 민주당은 이를 탄핵 사유로 꼽으며 “권한도 없이 헌재에 까불다 얻어맞은 한 장관은 부끄러움을 알고 물러나야 한다”(정청래 최고위원)고 공격했다. 한 장관은 총선 차출론에 대해 지난 27일 “저와 무관한 일이고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원론적으로만 답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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