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타도 외치던 日 JOLED 파산···이젠 '韓·中 다툼'
日, 가격·기술 경쟁서 결국 낙오
中은 중소패널 등 점유율 좁혀와
韓 방심하다간 'LCD 전철' 우려
"하이엔드 제품으로 격차 확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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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널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 구도가 ‘1강 1중 1약’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이 OLED 패널 시장에서 월등한 장악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매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판 뒤집기’를 노렸던 일본은 유일한 중대형 OLED 패널 제조사인 JOLED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낙오하는 모습이다.
28일 외신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일본 JOLED는 27일(현지 시간) 도쿄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누적 부채가 337억 엔(약 3342억 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사업을 더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국 내 유일한 중대형 OLED 패널 제조사였던 JOLED는 차세대 혁신 기술인 ‘잉크젯 프린팅’으로 역전을 노렸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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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ED의 퇴장으로 일본은 OLED 패널 경쟁에서 사실상 이탈했다. JDI 등 일부 기업이 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약한 수준이다. OLED 패널 시장의 성장 속에 치열하게 펼쳐져온 글로벌 경쟁은 한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로 전개되게 됐다.
현재는 한국 패널 기업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수율(완성 제품 중 양품 비율)을 앞세워 중소형 패널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패널에서는 LG디스플레이(034220)가 업계 수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추격자 입장이지만 최근 수년간 격차를 점점 좁히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OLED 매출액 기준 패널 점유율은 한국이 80.6%로 압도적인 1위고 그 뒤를 중국이 18.0%로 추격하고 있다. 한국의 우위가 월등하지만 격차는 2020년 73.8%포인트에서 지난해 62.6%포인트로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특히 9인치 미만 중소형 패널에서는 78.2%(한국), 20.1%(중국)으로 더욱 좁혀진다. 시장조사 업체인 스톤파트너스는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이 올해 한국 61%, 중국 3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대형 시장에서 점유율이 0.1%에 그치는 등 지난해 전체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이 1.0%에 그치면서 경쟁 구도에서 밀려났다.
중국의 1·2위 패널 업체인 BOE와 CSOT는 중소 업체들을 흡수합병하면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업체의 인력과 기술을 합법·불법을 가리지 않고 빨아들이면서 기술 격차 또한 급속도로 줄여가고 있다. 앞서 중국 CSOT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라인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중국 업체들이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힘을 결집해 유기적인 대응에 나서면 추격 속도에서도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위협이 당장 격차를 없앨 정도는 아니지만 방심한 틈에 결국 시장을 내준 LCD 패널의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종주국’이었던 일본이 혁신 경쟁에서 힘을 쓰지 못해 끝내 시장의 끝자락으로 밀려난 모습을 반면교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중국이 기술력에서 뒤져 있지만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며 “기술 격차가 어느 정도 나더라도 가격이 훨씬 더 싸다면 중저가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중국산을 쓰려고 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중국은 기술 탈취로 성장한 측면이 크다”면서 “폴더블·투명·스트레처블 등의 기술을 통해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력 우위를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체 점유율은 어느 정도 내주더라도 고부가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새롭게 시장을 창출해 주도하고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한 예다. LG디스플레이 또한 27일 LG전자에서 1조 원을 차입해 선제적인 투자에 활용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 확대보다는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기반을 탄탄하게 굳히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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