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앞까지 다가온 산불…솟구치는 불길에 밤새 긴장감
'산불로부터 사찰을 지켜라' |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주불이 잡혔다니 천만다행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으면 합니다."
인천 강화도 마니산 '천년고찰' 정수사의 주지 도림 스님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산불이 확산할까 봐 밤새 잠도 못 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이제야 조금 긴장의 끈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강화도 마니산에 산불이 발생한 것은 지난 26일 오후 2시 44분.
마니산 초입에서 난 불이 한때 정상 부근까지 번지자 반대편 산 중턱에 있는 정수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초 발화지점과 정수사 사이 거리는 1.2㎞에 달했으나, 산불이 확산하면서 사찰에서는 한때 붉은 화염이 솟구치는 모습도 보였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산불은 27일 0시께 사찰에서 500m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번지며 사찰 쪽으로 다가왔다.
인천 강화도 마니산서 불 |
산림·소방 당국은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면서도 국가 지정 보물인 정수사 법당을 지키기 위해 방어선 구축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3대와 소방관 12명을 정수사에 배치했고, 법당 주변에 계속해 물을 뿌리면서 화재 확산을 막았다.
정종민 강화소방서 예방총괄팀장은 "소방차에 호스를 연결하고 언제는 바로 살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소방용 수도 확보한 상태로 불길이 번지는지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도 문화재 돌봄 사업단을 현장에 보내 피해 여부를 확인하면서 문화재 인근에 물을 뿌리는 등 조치를 했다.
산불은 축구장 30개 규모의 산림 22만㎡가량을 태우며 맹렬한 기세로 번지다가 이날 오전 주불이 잡혔고 정수사도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산림·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17시간 만인 27일 오전 8시께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도림 스님은 "(사찰) 식구들이 밤을 새우면서 소방관들과 함께 상황을 공유했다"며 "법당뿐만 아니라 마니산 전체에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정수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에 세워졌고, 조선 세종 8년(1426)에 다시 지어진 사찰이다.
이곳 법당은 석가모니불상을 모신 곳으로 건물 앞면에 툇마루가 있는 특이한 구조의 가치 등을 인정받아 1963년 1월 보물로 지정됐다.
산림·소방 당국은 마니산 주변에 천연기념물과 보물 등이 다수 존재하는 점에 주목하고 완전 진화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진화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마니산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에서 1.2㎞가량 떨어진 지점에는 사적인 참성단과 천연기념물인 참성단 소사나무가 있고, 5.5km 지점에는 국가지정 보물 5개를 보유한 사찰 전등사도 있다.
서민석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학예연구관은 "최초 산불 발생 통보를 받고 참성단으로도 문화재 돌봄 사업단을 보냈으나 이쪽으로는 불길이 번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한때 정수사에서 근처까지 불길이 번져 걱정했으나 다행히 바람이 잦아든 데다 불길 방향도 바뀌면서 문화재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수사 주변 살수 |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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