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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우리는 과소비·난개발로 생명선 고갈시키는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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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세계 물의날’ 맞아 46년 만에 첫 대책 회의

구테흐스 사무총장 “책무 이행 위한 행동 의제 내놔야”
2030년까지 모든 이에게 안전한 식수 접근 보장 목표

“우리는 뱀파이어 같은 과소비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용, 지구온난화로 인한 증발로 인류의 생명선을 고갈시키고 있다.”

유엔이 22일 ‘세계 물의날’을 맞아 4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사흘 일정으로 ‘2023 유엔 물 회의’를 열어 전 세계적 협력과 노력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CNN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 귀중한 자원을 보호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명이 안전하지 않은 식수원에 의존하고 있다. 기본적인 위생조차 결여된 경우는 36억명에 이른다. 아울러 최근 벌어진 재해의 4분의 3가량이 물에 관한 것들이며, 매년 80만명 이상이 안전하지 않은 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다. 어린이가 특히 취약해 매일 700명 이상의 5세 미만 어린이가 오염된 물, 열악한 위생 등과 관련된 설사로 사망한다고 유니세프는 파악했다.

기후변화와 산업화로 인한 물 사용량 증가 탓에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물 회의 개막에 앞서 공개된 ‘2023 유엔 세계 물 개발 보고서’는 물 부족에 처한 도시 인구가 2050년까지 최대 24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2016년 9억3000만명에서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반면 도시의 물 수요는 2050년까지 80%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보고서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세계적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중앙아프리카, 동아시아, 남미 등 기존에 물이 풍부한 지역에서도 계절적 물 부족 현상이 이전보다 심화되리라는 우려가 나왔다.

해결책으로 유엔은 ‘파트너십과 협력’을 촉구했다. 이번 물 회의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회의와는 달리 참여국 간에 구속력 있는 합의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진 않는다. 그러나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세계의 생명선에 합당한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대담한 ‘물 행동 의제’를 내놓아야만 한다”고 밝혔다. 올해 물 보고서 편집자인 리처드 코너는 발간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물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분명히 세계적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트너십 구축과 협력이 물 문제 극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에서 물 문제를 둘러싸고 고위급 회담이 열린 건 1977년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 회의 이후 46년 만이다.

이번에 유엔은 2030년까지 모든 사람이 안전한 식수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깨끗한 식수와 위생시설 접근은 유엔이 설정한 지속 가능한 발전 실현 목표 17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에서 세계 물 경제 위원회 소속 전문가 그룹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7000억달러(약 914조원) 상당의 농업과 물 관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날 세계 물의날을 맞아 각국에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에서 기념 행진이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은 결코 낭비나 남용의 대상, 전쟁의 근거가 돼선 안 된다. 우리와 미래 세대의 이익을 위해 보존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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