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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국교위 출범 반년…교육부보다 낮은 존재감, 내홍만 반복[윤석열 정부 교육 개혁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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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존재감 사라진 국가교육위원회

‘백년대계 논의’ 취지 무색…대입제도 개편 등 논의 전무
정부 여당 인사로 구성 가능한 구조…거수기 전락 우려도
굵직한 정책 여전히 교육부 주도…“업무 범위 정리 필요”

국가교육위원회는 정권과 관계없이 ‘교육 백년지대계’를 논의하고 결정할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지난해 9월27일 출범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갈지자로 흔들리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겠다는 게 국교위의 설립 취지다. 하지만 교육부가 굵직한 교육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사이 출범한 지 반년이 된 국교위의 존재감은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국교위의 위상과 역할을 축소하려는 제도 설계, 위원 구성의 구조적 정파성 등이 국교위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교위는 지난해 출범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많았다. 조직 규모가 위원장과 상임위원 포함 공무원 정원 31명 수준으로 최소화됐다. 비슷한 지위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163명), 국가인권위원회(205명)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위원 구성을 할 때 협의나 타협보다는 정파성을 띤 인물이 들어오기 쉽게 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국교위는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총 21명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재적인원 20명 중 대통령 지명 5명, 여당 추천 3명, 당연직인 교육부 차관까지 총 9명이 정부여당 성향으로 분류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학교육협의회 등을 합치면 많게는 13명이 정부 여당에 가까운 성향이다. 정부 여당의 의사를 반영해 단독으로 회의를 열 수 있고 의결도 가능해 국교위가 사실상 ‘교육부의 거수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문제는 지난해 말 2022 개정교육과정 심의 과정에서 표면화됐다. 당시 국교위는 쟁점이 많았던 새 교육과정 심의본을 단 9일 만에 의결했다. 이에 반발한 야권 성향 의원 3명이 중도퇴장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내홍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앞으로도 쟁점 사항을 심의할 때도 합의보다는 대립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국교위 안팎에서 나온다. 한 국교위원은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현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는 위원들이 많아 현안에 대해 (논쟁이) 붙었을 경우 물러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은 토론을 열심히 해도 의결에 부치면 표 차이가 나게 되는 구조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교위는 현 정부 출범 후 주요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교육부가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교육전문대학원 설립, 교육의 디지털 전환, 대학 권한 지자체 이양 등 굵직한 교육정책을 쏟아내는 동안 국교위는 어떤 역할도 맡지 못했다. 전체회의 때마다 주요 정책에 대해 교육부에서 보고를 받고 의견을 전달하는 정도다.

국교위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방향 마련도 사실상 교육부가 주도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중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다른 국교위원은 “어디까지가 교육부의 일이고 어디까지가 우리 일인지 정리가 필요한데 그게 안 되고 있다”며 “이주호 장관이 계속해서 대입개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국교위 안에서는 대입제도개편특위를 만든 것 이외에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교위 정책 전문가인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는 “교육부는 자신들이 정책 주도권을 갖고 국교위는 필요에 따라 활용하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교위가 귀찮은 일을 처리하거나 정부 정책을 추진하다가 당면한 일을 회피하는 면피용 기구로 활용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국교위는 2026년부터 적용될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절차를 조만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와의 기능 분배가 불분명해서 앞으로 두 기관의 정책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덕난·유지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의 의미와 과제’ 보고서에서 “교육부가 개별 법률에 따라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국교위가 수립한 발전계획을 검토해 반영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경향신문

남지원·김나연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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