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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베이비스텝' 덕 韓銀 ‘숨고르기’ 길어지나...한미 금리차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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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동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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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2일(현지시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국은행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ㆍ미 금리 역전 폭이 1.5%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지난 2월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할 때 예상해 온 수준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4월 한 번 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물가와 부동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할 여유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4%대(4.8%)로 떨어졌고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부진으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45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하다는 점도 두달 연속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고강도 통화긴축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으로 꼽히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국내 은행의 원화 연체율이나 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한 수준이지만 ‘약한 고리’인 저축은행ㆍ상호금융에서 부실이 생길 경우 SVB사태처럼 한국에서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23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기관은 SVB 등과 자산ㆍ부채 구조가 다르고 각종 금융규제도 유동성ㆍ상황도 비교적 좋아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로 글로벌 금융 여건이 급변하면 금융시장 가격변수 변동성 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부각,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등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의 불안도 여전하다.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ㆍ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1월과 2월 각 22.7, 21.8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23.5)부터 5개월째 ‘위기’ 단계(22 이상)가 유지되고 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회의를 열어 미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외환ㆍ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 가격변수,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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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한은의 ‘숨 고르기’가 장기화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물가ㆍ고용 상황 등을 고려하면 Fed가 5월에 한 번 더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FOMC 위원들이 전망하는 올해 금리 수준(5~5.25%)이 현재 기준금리(4.75∼5%)보다 높다는 점도 미국의 한 차례 추가인상 가능성을 키운다. 이 경우 한미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지는데 이는 달러당 원화값 하락,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변동환율제도에서 적정 수준의 한미 금리 차는 없다”며 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진 않겠다는 원칙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한국에서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에 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한은이 이를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한 번만 베이비스텝을 밟아도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폭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당장 4월은 아니더라도 한은이 연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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