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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터뷰] 롤스로이스 CEO “전기차도 빠른 것보다 부드러운 게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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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어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은 게 특징이다. 하지만 롤스로이스의 전기차는 지향점이 다르다.

토스텐 뮐러-오트보쉬 롤스로이스모터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인터뷰를 갖고, 브랜드 첫 순수전기차 스펙터와 관련해 “롤스로이스가 먼저고 전기차는 두 번째(Rolls-Royce First, Electric car Second)”라고 말했다. 전기차 스펙터가 급가속 없이 부드럽게 달리는 기존 내연기관 롤스로이스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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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텐 뮐러-오트보쉬 롤스로이스모터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스펙터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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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스포츠카에 어울리지만 쇼퍼 드리븐(Chauffer Driven·운전기사를 둔 뒷좌석 중심의 차량) 성향이 짙은 자동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 전기차는 회생제동(감속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을 강력하게 설정하면 덜컹거리는 현상이 심해 뒷자리 탑승객의 승차감을 해칠 수 있다.

오트보쉬 CEO는 롤스로이스가 쇼퍼 드리븐차라는 것이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롤스로이스가 운전의 즐거움에 덜 의존한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롤스로이스 고객은 다양한 스포츠카를 가진 오너 드리븐(Owner Driven·운전자가 중심이 되는 차) 성향의 운전자이고, 레이스나 던, 블랙배지와 같은 롤스로이스 모델은 특히 오너 드리븐 차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했다.

오트보쉬 CEO는 “모든 롤스로이스 자동차는 600마력의 출력을 자랑하지만, 운전자는 머리가 헤드레스트(머리 받침대)에 확 부딪힐 정도의 말도 안 되는 가속을 느끼지는 못한다”며 “이는 롤스로이스가 자랑하는 에포트리스(Effortless·애쓰지 않아도 부드럽고 수월한 주행 감각), 워프터빌리티(Waftability·워프와 어빌리티의 합성어) 승차감이며 (다른 전기차처럼) 급가속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아주 빠르게 가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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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첫 순수전기차 스펙터.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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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는 오는 6월 스펙터를 국내에 공개할 계획이다. 오트보쉬 CEO는 연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한 스펙터 혹서기 테스트에 직접 참석할 만큼 스펙터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는 “스펙터를 실제로 몰아봤을 때 훌륭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롤스로이스의 특징을 스펙터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즉각적인 가속을 스펙터에 쉽게 적용할 수 있었으나 의도적으로 그러지 않고 편안한 가속이 가능하도록 개발했다. 원 페달 드라이빙(페달을 하나만 사용해 운전하는 것)도 롤스로이스의 방식으로 새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스펙터는 길이 5453㎜, 폭 2080㎜, 높이 1599㎜의 차체를 가진다. 공차중량은 3톤(t)에 약간 못 미치는 2975㎏다. 현재 개발 단계상 추정치를 보면, 스펙터의 순수 전기 주행 거리는 유럽 WLTP 기준 약 520㎞, 파워트레인 출력은 430㎾, 토크는 91. 8㎏·m이다. 제로백은 4.5초다.

롤스로이스의 배터리 파트너사는 중국 CATL과 삼성SDI 두 곳으로, 스펙터는 둘 중 하나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엠마 베글리 롤스로이스모터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현재로선 스펙터가 어떤 기업의 배터리를 장착하는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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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텐 뮐러-오트보쉬 롤스로이스모터카 최고경영자(CEO).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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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국내에서 스펙터가 공개되면 아시아 국가 중에선 최초다. 오트보쉬 CEO는 “롤스로이스에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그래서 스펙터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연내 서울에 프라이빗 오피스(Private Office)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롤스로이스는 작년 국내에서 234대를 팔아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썼다. 롤스로이스는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6021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최고 실적을 썼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둔화한다는 전망이 다수인데, 오트보쉬 CEO는 “경제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롤스로이스의 고객은 특별한 집단이기 때문에 (올해 판매량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롤스로이스는 자동차 산업이 아닌 럭셔리 산업에 위치하기 때문에 자동차 시장이 얼마나 경쟁이 심한지는 관심 분야가 아니다”고 말했다.

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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