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후 첫 수요시위 “일본에 10억엔 돌려줘야”
피해자·유족들 손배소 진행 “일 정부 책임 끝까지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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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안 돼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다 거짓말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22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588차 수요시위에서 “30년 넘게 울면서 진실을 외치고 살아왔는데 지금도 (위안부 문제에) 아무 진전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받는 한·일 정상회담 후 처음 열린 수요시위였다.
이날 시위에서는 강제동원(징용)에 이어 위안부 문제에서도 일본의 가해 책임이 지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2015년 한·일 합의의 착실한 이행 요구’가 있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정부는 지난 20일 일본이 화해치유재단에 내놓은 10억엔의 잔여 기금 활용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터다.
한·일 정상회담 규탄 나선 시민들 22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한·일 정상회담 후 처음 열린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의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왼쪽 사진)는 대선 후보 시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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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는 “정부는 일본이 화해치유재단에 내놓은 10억엔을 일본에 돌려주겠다고 했던 것을 지켜야 한다. 이자까지 쳐서 확실하게 돌려줘야 한다”며 “그것은 돈이 아니고 일본의 장난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윤 대통령은) 피해자의 적법한 권리 요구와 국민의 정당한 비판을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으로 치부하며 공격하고 있다”며 “‘제2의 화해치유재단 설립’,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 제기 불가, 성노예 용어 사용 자제 등 일본이 내준 숙제를 빠르게 실천할 모양”이라고 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은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가며 일본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입장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2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1월 1심에서 일본 정부가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반인권적 행위로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줬을 경우까지도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일본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대리인단은 일본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이어갔으나 일본이 법원의 ‘재산 명시 결정’을 따르지 않은 탓에 강제집행이 지체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및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4월 1심에서 주권국이 다른 국가에서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국가면제’를 이유로 들어 소를 각하했다. 원고 측은 이에 항소했고 현재 증인신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상희 변호사는 “국제인권법 분야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침해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1심이 각하된 것은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의 영향이 큰데, 일본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합의 당시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한 것으로 피해 회복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봤는데, 이후 일본이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2015 한·일 합의는 가해국의 책임 인정이 전제된 것”이라며 “일본이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하겠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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