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회고록 논란' 빚은 겐스바인 대주교에게 관용 베풀어
프란치스코 교황 바라보는 겐스바인 대주교 |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오랜 개인 비서였던 게오르크 겐스바인(66) 대주교가 바티칸을 떠난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는 2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겐스바인 대주교를 코스타리카 주재 교황대사로 임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청은 지난주 코스타리카 정부로부터 겐스바인 대주교 임명 동의를 얻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코스타리카 정부로부터 응답이 없으면 교황청은 암묵적인 동의로 간주하고 겐스바인 대주교의 교황대사 임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거의 20년 가까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개인 비서를 지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지난해 12월 31일 선종하자 그는 회고록 '오로지 진실만을-베네딕토 16세 곁에서의 내 삶'을 출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 책에서 현 교황인 프란치스코와 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긴장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2020년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을 교황궁내원장직에서 하루아침에 해고했다면서 "충격으로 말문이 막혔다"고 밝혔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그의 복직을 호소하는 편지를 2통 썼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밖에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 미사 집전을 제한하자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크게 상심했다고 주장했다.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은 겐스바인 대주교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악용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장인 티머시 브로글리오 대주교는 겐스바인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를 언론매체에 알리지 말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전달했어야 했다며 비판했다.
이에 따라 겐스바인 대주교가 향후 어떤 직책을 맡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겐스바인 대주교를 한직으로 보내거나 척박한 해외 선교지로 파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교황의 결정은 예상과는 달랐다.
'일 메사제로'는 "겐스바인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히 놀라운 결정"이라며 "코스타리카는 국교가 가톨릭으로 교황대사로는 평화로운 목적지"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겐스바인 대주교를 바티칸 밖으로 내보내 곁에 두지 않되 관용을 베풀어 그를 좋은 자리로 보냈다는 뜻이다.
곧 75세 생일을 맞는 브루노 무사로 현 코스타리카 주재 교황대사는 최근 은퇴를 요청해 후임자를 물색 중이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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