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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졸속 수립 논란 속 진행된 공청회···기후·환경단체 “인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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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빅웨이브, GEYK, 턴테이블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 주최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에 앞서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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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절차로 이루어진 탄소중립 공청회, 우리의 내일은 오늘 죽었습니다”

빅웨이브 등 3개 청년 기후단체 회원들이 22일 정부의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규탄하며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묵념했다. 한자로 ‘근조’가 적힌 검은 천에는 ‘삼가 청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망자는 ‘우리의 내일’이다. 양손에는 추모를 상징하는 흰 국화꽃을 들었다. 이들은 “5000만의 조별과제를 벼락치기로?” “한 줄 요약 청년 패싱”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도 들고 있었다.

지난 21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하루가 지난 이날 정부는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 앞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엉터리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철회히라”고 주장했다. 황인철 기후위기 비상행동 운영위원은 “대통령이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모든 부처를 산업부화 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탄녹위가 산업계 민원 창구가 안되려야 안될 수 없다”며 “산업계가 5년, 10년, 20년 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지금 기후위기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큰 감축 책임이 있는 산업계에 강력한 규제와 감축 책임을 부과하는 기본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이 공청회장에 들어서자, 기후환경단체 회원들은 김 위원장을 뒤따라가며 “탄녹위를 해체하라”고 외쳤다. 김 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발언을 하려 하자 10여명의 기후-환경단체 회원들도 잇따라 단상 앞에 서서 “친기업 친 화석연료 탄소중립 녹색성장 인정할 수 없다. 처음부터 다시 수립하라”고 외쳤다. 김 위원장은 약 5분간 기다리다 항의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앞에 두고 발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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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 주최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에서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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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 주최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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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 주최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에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의 발언 때 기습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한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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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더 큰 피해는 앞에 선 이들이 더 크게 입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의 말씀을 겸허히 듣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시민단체, 노동계 등과 대화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며 “듣기 위해서 (공청회장에) 왔다”고 말한 뒤 공청회장을 나갔다.

안세창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먼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기본계획은 산업계의 감축 부담은 2018년 대비 14.5%에서 11.4%로 줄이고, 전환 부문 감축량은 44.4%에서 45.9%로 늘린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제 감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을 활용한 감축량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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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 정부 부처 관계자 등이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토론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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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업계에서 나온 정규창 한화큐셀 산업정책팀장은 재생에너지 감축 목표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보다 늘리는 것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기본계획에서 제10차 전기본보다 ‘청정에너지’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1.6%+α(알파)’라는 불분명한 계획만 있을 뿐 2030년의 정확한 발전원별 구성비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 팀장은 “플러스알파를 통해서 (태양광) 발전량 비중이 높아졌으면 한다”며 “늘어난 태양광이 자가용 설비라면 보급 확대 정책과 함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 실장은 “대한상의 분석 결과 현재 정책대로라면 2063년도에 편익이 비용을 앞서는데 정책을 일본, 미국 수준으로 당겨오면 2050년 안으로 편익이 비용을 앞선다”며 “탄소중립은 새로운 성장 전략이고, 이제는 기업도 더는 탄소 배출 오염자가 아니라 감축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책대로라면 기본계획의 CCUS 목표치를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지나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2030년 전략에서는 시간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CCUS 목표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소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본계획에 포함한 CCUS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유효한 감축 수단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조건일 뿐”이라며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대의에만 치중되고, 적극적인 신호를 보여주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제감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하상선 에코아이 전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팜 농장에서 버려지는 메탄양만 1억t이 넘는다”며 “3750만t의 국제감축은 가능하겠지만 비용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CCUS, 해외감축 등 불확실한 수단이 늘어나면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감축 수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성과가 검증된 사업의 속도와 규모를 올리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상협 위원장은 패널 토론이 끝날 무렵인 이날 오후 3시50분쯤 공청회장으로 돌아왔다. 애초에 한 시간으로 계획한 질의응답과 토론은 40여분만에 끝났다. 공청회 사회자는 오후 4시30분쯤 “질문이 더 있지만 공청회는 종료한다”며 “오는 27일까지 의견을 추가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듣기 위해 왔다”던 김 위원장은 예정했던 10분을 넘어 약 30분간 발언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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