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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中 대출자금·킹달러 ‘더블펀치’···신흥국 부채 98조弗 ‘사상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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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 덫' 신흥국···구제금융 신세 전락

스리랑카 등 24개국 IMF 구제금융 대상

작년 신흥국 총부채 98조弗··· 사상 최고

상당수는 '일대일로' 앞세운 중국 채무

서방과 중국 의견 불일치에 채무재조정 난관

미국 '킹달러'는 채무 부담 가중시켜

4월 IMF·WB 춘계 총회서도 갑론을박 예상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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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통화기금(IMF)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스리랑카에 약 30억 달러(약 3조 92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결의했다. 이틀 후인 22일, 이 가운데 약 3억 3300만 달러가 지급됐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 여파로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외채를 상환하지 못해 지난해 5월부터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IMF와 이미 지난해 9월 구제금융안에 합의했지만 실행되기까지 반년 넘게 걸렸다. 구제금융을 승인 받으려면 미리 채권국과 채무 재조정을 해야 하는데 최대 채권국인 중국과 이달 초에야 합의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대외 채무는 약 500억 달러(약 66조 원)이며 이 중 100억 달러(약 13조 2000억 원)를 중국·인도·일본에서 빌려왔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동참하면서 2020년 말 중국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차관 28억 3000만 달러(약 3조 7000억 원)를 받은 것을 비롯해 약 65억 달러를 중국으로부터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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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사례는 최근 아시아·아프리카 저개발·최빈국들이 처한 부채의 문제들을 집약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앞세워 이들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하며 빌려줬던 대규모 자금이 팬데믹 이후 외채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로 각국이 갚아야 할 빚이 자국 통화 기준으로는 실질적으로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이 양쪽에서 저개발국을 향해 회복하기 힘든 데미지를 입히는 모양새다.

◇24개국이 구제금융 신세 전락=22일 국제금융협회(IIF)의 통계를 보면 32개 신흥국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98조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글로벌 총부채가 7년 만에 감소한 299조 달러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채무 비율은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WB)의 별도 통계에서는 지난해 최빈국들이 변제한 채무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620억 달러에 이른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IMF 이사는 올 1월 “최빈국 중 15%는 과잉 채무 상태에 있고 45%가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리랑카 외에도 현재 약 24개국이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의 최대 채권국은 대부분 중국이다. 이에 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 등은 2020년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2017년까지 150개국에 1조 5000억 달러를 대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최근 10년 사이 세계 유수의 채권국이 됐으며 최빈국 대상의 양자 간 대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2010년 18%에서 지난해 49%로 늘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경우 대외 채무 1000억 달러 중 30%가 중국에 진 빚이다. 잠비아 역시 170억 달러의 대외 채무 중 약 33%를 중국으로부터 빌렸다. 대부분 일대일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이 저개발국들에 빌려준 돈이다.

◇中 일대일로 자금·킹달러가 부메랑=달러 강세는 이들 국가의 고통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미국 연준이 급격히 기준금리를 올리던 지난해 9월에는 2002년 5월 이후 최고인 114.106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같은 달러 강세의 원인은 미국의 통화긴축에 있다. 강달러 탓에 신흥국에 투자된 해외 자금이 유출되고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다시금 떨어지고 외채 상환 부담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파키스탄의 경우 심각한 경제난 속에 통화가치도 폭락하자 파키스탄중앙은행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1996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20%까지 끌어올렸다.

이 문제는 다음 달 열릴 IMF·WB 춘계 총회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와 중국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의견 접근이 쉽지 않다. 채텀하우스의 티머시 애시는 미국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기고에서 “중국은 채권자로서 국가 부채의 구조 조정 경험이 없다”며 서방 채권 국가들의 움직임에 합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최근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했을 때 중국에 채무 재조정을 압박했다. 반면 중국은 다자간 기구들로부터 진 채무도 재조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채무 회수를 원하는 일부 투자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중국 주재 해외 외교관들은 최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일대일로 정책이 경제 발전을 촉진했다며 “서방 언론이 중국 프로젝트의 ‘부채 함정’을 과장하고 있다.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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