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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설마 이런 곳에까지'…화장실 불법 카메라 단속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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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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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이 송송 나 있는 휴지통도 특히 취약합니다. 휴지로 카메라를 덮어 보이지 않게 한 뒤 촬영하는 경우도 있어요."

21일 오후 서울 용산역사 내 화장실에서 오 모(63)씨는 마치 탐정 같은 눈으로 구석구석을 살폈습니다.

오 씨는 용산구청 불법촬영시민감시단(감시단)으로 3년째 활동 중입니다.

이날은 감시단과 용산경찰서, 한국철도공사가 꾸린 합동 점검단 23명이 약 50분간 용산역사의 화장실에서 불법촬영 카메라를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

감시단은 적외선 레이저, 전자파 탐지기로 변기 안을 비롯해 화장실 칸 모서리, 휴지 걸이, 기저귀 교환대 등 일반인은 '설마 저런 곳에 카메라가 있을까'하는 미처 예상치 못한 곳까지 살펴봤습니다.

불법 카메라가 감지되면 탐지기 화면에 하얀색으로 표시됩니다.

오 씨는 "카메라가 주로 골반 높이의 벽에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날 발견된 불법 카메라는 없었습니다.

감시단은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용산구 관내 공중화장실을 점검합니다.

이들은 점검을 마치고 용산역 대합실로 나와 약 20분간 시민들에게 불법 카메라를 식별하는 신용카드 크기의 빨간색 필름지인 '자가탐지카드'를 나눠줬습니다.

휴대전화 손전등을 켠 상태에서 자가탐지카드를 카메라 렌즈에 대고 동영상 모드로 사물을 비췄을 때 하얀색 빛이 나면 '수상한 카메라'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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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탐지카드를 받은 시민들은 이를 반기면서도 대부분은 이 카드가 과연 화장실 불법촬영에서 자신을 보호하는데 효과가 있을지 여전히 걱정을 떨치지 못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만큼 날로 교묘해지고 잦아지는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가 넓고 크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날 역사에서 자가탐지카드를 받은 이 모(18)양은 "화장실에서 매번 위아래, 양옆을 휴대전화로 휘저어야 하는데 너무 번거로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홍 모(28)씨는 "자가탐지카드를 매번 들고 다니기 번거롭고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구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쉽다"고 했습니다.

화장실 불법촬영을 근절하려면 일회성 합동단속 외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박 모(32)씨는 "점검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며 "언제, 어디서, 총 몇 개 카메라를 찾았다고 시민들에게 알려주면 좋겠다"고 주문했습니다.

20대 딸이 있다는 김 모(55)씨는 "불법촬영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주요 화장실 점검은 최소한 하루에 한 번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속 활동이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성범죄는 최근 5년간(2017∼2021년) 총 2만 9천396건 발생했습니다.

하루 16건꼴입니다.

(사진=용산구청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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