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점유율 1위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CATL은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LFP 배터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예상된다.
중국 푸젠성 닝더시의 CATL 건물. /CATL |
◇ 中 CATL 시장 점유율 37%… 韓 3사보다 높아
22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CATL은 지난해 3286억위안(약 62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52% 증가한 수치다. 이는 시장점유율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매출(25조5000억원) 보다 2.4배 많은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SDI(20조1000억원), SK온(7조6000억원)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작년 매출을 모두 합해도 CATL 매출의 85% 수준에 그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탑재량에서 CATL은 시장점유율 37%를 기록해 6년째 1위를 지켰다. 점유율은 전년보다 4%포인트(p) 상승했다. 이어 점유율 13.6%를 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비야디(BYD)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점유율은 2021년 19.7%에서 6%p 하락했다.
배터리 상위 10위 기업 가운데 6개가 중국 업체로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3.7%로 CATL과 비야디의 점유율(50.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자료=SNE리서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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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측면에도 CATL은 국내 배터리 3사를 압도한다. CATL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7억2000만위안(약 5조8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9% 증가했다. 시장예상치(288억위안)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순이익은 각각 7000억원, 8000억원 수준이고, SK온은 1조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니켈 등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완성차 업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에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흔한 철과 인산염을 사용해 가격과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 또 LFP 배터리는 중국 내에서 원재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CATL은 중국 내 생산 시설 확충에 이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CATL의 첫 해외 공장인 독일 공장(14GWh 규모)이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했다. 또 CATL은 헝가리 동부 데브레첸에 73억4000만유로를 투자해 100GWh 규모의 유럽 제2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CATL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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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내수 빼면 LG가 1위... K배터리, LFP 진출로 승부수
중국 배터리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만, 중국 내수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한계다. 중국 시장을 뺀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LG에너지솔루션(29.7%)이다. CATL의 점유율은 22.3%로 2위, 일본 파나소닉이 17.1%로 3위를 기록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가 현재 주력으로 삼고 있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LFP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면 전체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LFP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LFP 시제품을 공개했다.
SK온은 국내 최초로 전기차용 LFP 시제품을 공개했다. 기존 LFP는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50~70% 급감하는 단점이 있는데 SK온은 이를 70~80%까지 끌어올렸다. 하이니켈 배터리를 통해 축적한 소재 및 전극 기술을 LFP 배터리에도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전시회에서 공개한 LFP는 그간 SK온의 주력 상품인 파우치형 배터리로 개발됐다. 가격과 성능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온이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LFP 배터리를 공개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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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도 파우치형 LFP 제품을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개한 제품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다. 전기차용 LFP 배터리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 제품화가 마무리되면 중국 난징 공장과 한국 오창 공장에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간 LFP 배터리에 소극적이었던 삼성SDI도 본격적인 개발을 선언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15일 정기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LFP 배터리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과 제품 다양화를 위해 LFP 배터리 사업으로 진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내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루시드 모터스의 프리미엄 세단 '루시드 에어'가 전시돼 있다. /정재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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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삼성SDI는 저가형 배터리 모델로는 망간 비율을 대폭 높인 하이망간(코발트 프리) 배터리에 주력해왔다. NCM 배터리에서 가격 부담이 큰 코발트를 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었지만, LFP 배터리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LFP 배터리는 비싼 코발트를 쓰지 않아 삼원계 배터리보다 생산비용이 30%가량 저렴하다. 안정성이 높고, 충전 속도도 빠르다. 다만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삼원계 배터리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무게가 무겁고 저온에서 주행 거리가 감소한다는 단점도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진화로 점차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늘어나면서 단점이 상쇄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여파로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LFP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배터리 3사가 중국 업체의 독식을 깨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력과 가격 사이의 적절한 기준을 찾아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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