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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자칼럼] 축구 기자가 본 ‘야구의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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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999년부터 스포츠를 담당했다. 2000년부터는 주로 축구를 맡았다. 축구 기자로서 최근 야구대표팀의 잇단 부진을 지켜봤다. 매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대표 선발부터 잘못됐다” “컨디션을 빨리 올리지 못했다” “감독 결단이 늦었다” “정신적으로 해이했다” “선수들 배가 불렀다” 등이다. 모든 비판이 대표팀에만 쏠렸고 대표팀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비판과 자성이 수차례 되풀이됐는데 기량은 오히려 떨어졌다.

경향신문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왜 그럴까. 세상 모든 일에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토대가 좋아야 큰 건물을 세울 수 있다. 축구의 기본은 슈팅, 패스, 볼 간수다. 어릴 때 그걸 잘 익히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뛰어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노래를 잘하려면 소리를 잘 내야 하고 음정과 박자를 잘 맞춰야 한다. 그걸 제대로 해야만 아리아도 부를 수 있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확실히 이해해야 방정식, 미적분도 풀 수 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궁극적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뛰어난 기본기를 갖춘 유망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어릴 때부터 배운 것은 슈팅, 패스, 드리블이었다. 부친 손웅정씨는 “기본기를 배우는 데 7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야구의 기본은 무엇일까. 공을 빠르고 정확하게 지속적으로 던지는 것, 방망이를 맘껏 휘둘러 공을 정타로 때려내는 것, 빠른 타구를 안전하게 잡아 야수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타구 지점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다음 누를 재빠르게 파고드는 것이다. 탄탄한 기본기에 경험과 노련미가 쌓일 때 성과를 만들 수 있다.

한국 야구가 부진한 이유도 기본기가 좋은 유망주가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 왜 20세 전후 투수들은 강속구를 안정적으로 던지지 못할까. 왜 어린 투수들이 어깨, 팔꿈치 수술을 많이 받고 있을까. 투구를 정타로 연결하는 능력이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비력과 기동력은 왜 떨어질까. 그건 유망주 육성에 한국 야구가 정성을 들이지 못했고 좋은 시스템도 만들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상체 위주로 투구하면 볼을 안정적으로 던질 수 없다. 속구를 던져도 제구가 안 된다. 강한 하체에서 나오는 힘을 상체로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훈련이 이뤄져야 제구력을 갖춘 파이어볼러가 나온다. 강한 하체, 거기에서 나오는 힘을 상체로 연결하는 훈련을 제대로 해야만 공을 정타로, 그것도 강하게 때릴 수 있다.

야구에서 투타는 상호 대립적이면서도 의존적, 보완적이다. 강속구 투수가 많이 나오면 타격도 강해지게 마련이다. 타자를 윽박지르려는 투구, 그걸 때려내려는 타격 간 치열한 싸움이 무르익으면 타구는 빨라지고 예리해진다. 그런 타구를 받으려면 완성된 수비가 필요하다. 투구, 타구, 수비가 모두 강해지면, 강한 다부진 몸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다. 빈약한 주춧돌과 허약한 기둥에 큼지막한 지붕을 얹을 수 없다. 기본기가 약한 성인 선수들을 아무리 다그쳐도 효과는 미미하다. 프로를 담당하는 KBO뿐만 아니라 아마야구 모든 구성원이 뛰어난 육성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양보할 때, 한국 야구는 다시 한번 세계 최강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축구도 물론 마찬가지다.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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