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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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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범죄 막으려면…"신앙 악용될 수 있다는 것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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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다' 방영 계기로 종교 불법행위 비판 고조

JMS 내분 조짐…김도형 "제대로 대처 안 하면 정명석 또 순교자 된다"

"신앙은 존중하되 불법행위에 단호히 대처해야"

연합뉴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 씨의 성범죄 의혹 등을 폭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방영을 계기로 종교 단체의 불법 행위에 대한 비판이 고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지목된 종교가 친근감을 쌓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앙심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는 종교 내 불법 행위 문제를 진단하고자 JMS 부총재 중 한 명으로 활동하다 2009년 탈퇴한 김경천 목사, JMS를 둘러싼 의혹을 추적해 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 이단·사이비종교를 연구하는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 이성청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등 4명을 인터뷰했다.

◇ 왜 빠져드나…신비주의·트렌디한 접근·심리적 욕구 충족

교주가 신도를 성폭행하는 등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행위를 하는 종교에 일반인이 심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천 목사는 JMS의 경우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길만한 것을 감추고 성경 학습으로 당사자가 "맞는구나"라고 공감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 정명석을 재림 예수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관점에 서면 "몸은 정명석인데 사실은 예수"인 셈이라고 신자들의 심리 상태를 짚었다. 일종의 "신비주의"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김도형 교수는 JMS에 수십년간 축적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지식의 많고 적음이나 두뇌가 얼마나 명석한지와 (종교에 빠지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현직 검사도 거기 빠져서 부도덕한 짓을 하다가 면직당했다"고 지적했다.

탁 교수는 이른바 '사이비 종교'로 불리는 단체의 접근 방식이 "굉장히 세련되고 트렌디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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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단국대 수학과 교수
[단국대 수학과 홈페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MS는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대학가 중심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문제를 일으킨 종교의 경우 국제 행사에서 활동할 모델·의전단을 모집한다고 하거나 춤이나 악기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접근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탁 교수는 "접점을 만들고 춤, 댄스, 악기 등을 통해서 친밀감을 높인 다음에서야 본격적인 교리 교육을 시작한다"고 신자를 확보하는 패턴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합리적 선택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종교라는 시장에서 신종교가 수요에 부합하는 공급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신자)의 선택을 받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최근 종교학에서는 모든 사람의 종교 선택이 이성적이라고 전제하고 있다면서 "지적 욕구, 정서적 욕구, 사회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어서 선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밖에서 소외된 신자가 종교집단에서 관심을 얻고, 직위를 확보하면서 "사람들이 아무리 비판해도 '여기는 편안하고 위로받고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 "격리 치료·종합 지원센터"…"인지 수사 필요하다"

종교가 규범을 일탈해도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 목사는 문제를 일으킨 종교를 믿는 이들이 주변의 충고를 "절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강제로라도 격리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른바 이단을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대응이 '강제 개종'이라는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탁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특정한 이유로 종교활동을 제한했을 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비슷한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피해자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피해자 신고센터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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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
[탁지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각 교단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센터가 있지만 강제성이 없으며 교리적인 접근에 치중해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정부 기관이 법률적 조언, 공권력 개입, 종교적 상담 등 피해 상황에 맞게 종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종교 단체의 범죄 혐의를 개별적인 사건으로 취급하는 수사 당국의 접근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피해자들이 고소한 성범죄로만 수사할 것이 아니라 인지 수사나 범죄 행위를 제대로 규명할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 외에 회계 비리나 횡령 등 다른 위법 행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정명석 씨가 최근 추가 기소된 것에 관해 "지금 제대로 대처하면 저 집단을 무너지게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정명석은 다시 한번 순교한 것이 돼 집단의 명맥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신앙은 존중하되 불법에는 단호하게…구분 대응론도

하지만 특정 종교를 이단이나 사이비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신앙 행위는 존중하되 불법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새로 생긴 종교를 사이비라고 표현하는 것은 자칫 기성 종교나 기득권이 형성된 종교의 입장에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될 수 있고, 학술적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접근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이런 견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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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이성청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촬영 이세원]


그는 신흥종교, 사이비 종교 등의 표현 대신 '신종교'(NRM, New Religious Movement)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만약 종교에서 사기, 기만, 성범죄 등이 벌어졌다면 사법적 잣대로 판단하고 대응하면 되는 일이며 신앙까지 끌어들여서 비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어떤 종교를 신앙으로서 믿을만한지에 관한 평가와 사법적 정의에 관한 판단을 구분하자는 취지다.

특정 종교의 활동에 대해 개인이 도덕적·윤리적 판단을 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만 공적 영역에서 접근은 달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이 교수는 최근 문제가 부각된 일부 종교의 사례에 "나도 분노가 치밀었다"면서 범죄 행위에는 "단호하고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죄 행위가 벌어진 종교의 신자에 대해 "'너는 ××같이 왜 거기서 못 나왔냐'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피해자를 계속 공격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대상을 잘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는 신앙을 배신당했다는 고통이 매우 크다면서 "신앙 행위와 헌신은 매우 순수하며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뒷집 강아지가 메시아라고 믿어도 그건 종교의 자유이지만 그 강아지가 아무나 물어뜯으면 몽둥이로 두들겨 패야 한다"면서 "종교단체라고 봐주고 피하니 겁 없이 설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이 거칠기는 하지만 신앙 행위 자체는 인정하되 불법에는 단호하게 대응하자는 입장으로 풀이할 수 있다.

◇ 검찰총장 엄중 대응 지시·JMS 분열 조짐

이원석 검찰총장이 정명석 씨 사건의 공판에 관해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선고돼 집행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JMS 내에 분열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JMS의 2인자로 알려진 정조은(본명 김지선) 씨의 발언으로 추정되는 음성 파일이 JMS 탈퇴자 인터넷 카페 등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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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음성 파일 속 화자는 "추가 고소자는 지금 또 두 명 더 기다리고 있고 미성년자가 기다리고 있다. 넷플릭스2가 아마 미성년자를 다루게 될 것이다"며 자신이 속한 교회에 미성년자를 포함해 7명의 피해자가 있다고 언급한다.

경찰은 조만간 정씨를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김 교수는 정씨가 "재림 예수를 성범죄자로 만들어 버렸으니 절대 화합은 불가능하다"면서 내분을 계기로 그간 감춰져 있던 문제 상황이 외부에 드러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 피해 예방하려면…"투명성·공개성 잘 봐야"

종교를 매개로 한 범죄를 피하려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이 교수는 "신앙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신앙인들이 성숙한 시민으로서 스스로 잘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신앙이 희생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비이성적이고 반과학적이고 파괴적일 수 있다"고 양면성을 강조하고서 자살 폭탄테러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종교를 위해 범죄에 눈을 감을 위험성이 있으며 이는 신종교뿐만 아니라 기성 종교도 예외로 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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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도착한 정명석 총재 호송 차량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2022년 10월 4일 오후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가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전 둔산경찰서 유치장으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탁 교수는 선교·포교 활동이 투명하고 공개적인지를 눈여겨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사이비 종교는 소속이나 교리를 감추고 (인간) 관계로 접근하고 나중에 교리나 소속을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관심 있는 모임을 접했더라고 처음과 달리 나중에 종교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반드시 그 단체에 관해서 확인해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각종 재능 기부를 통해서 필요 이상으로 친절을 베풀면서 다가오는 사람이 있는데 결국 성경 공부를 하자고 한다"면서 "성경 공부는 원래 좋은 것이지만 이들이 원뜻을 왜곡해서 자기를 추종하게 만든다"고 주의해야 할 유형을 소개했다.

그는 "하나님만이 하나님이지 인간이 하나님 대행자로 행사하면 안 된다"면서 "인간을 신격화하고 인간을 우상화하는 곳은 다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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