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36.26포인트(1.06%) 오른 3만2155.4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64.80포인트(1.68%) 높은 3920.5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39.31포인트(2.14%) 상승한 1만1428.15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10%이상 떨어져 23선까지 진정됐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이날 투자자들은 SVB 파산 사태의 여파와 함께 이날 오전 공개된 2월 CPI,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S&P500지수에서 11개 업종 모두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은행, 기술, 통신 관련주가 2%이상 뛰어올라 랠리를 견인했다. 앞서 SVB 사태로 불거진 시장 불안이 당국의 개입 등으로 진정세를 찾으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비롯한 지역은행주의 광범위한 반등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X의 존 마이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역은행들이 큰 상승세를 기록하며 (시장이) 안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폭락했던 퍼스트리퍼블릭은 이날 전장 대비 26.98% 상승 마감했다. 팩웨스트 방코프는 33.85%, 웨스트얼라이언스방코프는 14.36%, 키코프는 6.94% 뛰어올랐다. 웰스파고(+4.58%), 시티(+5.95%) 등 대형 은행주들도 오름세를 보였다. 찰스슈왑은 9.19% 상승했다.
이밖에 버즈피드는 현금 자산 대부분이 파산한 SVB에 보관돼있다고 밝히며 25%이상 미끄러졌다. 메타플랫폼은 1만명 규모의 추가 감원계획을 발표하며 7%이상 올랐다. 전체 직원의 10%를 웃도는 1만1000명 규모의 해고를 발표한 지 불과 넉달 만의 2차 구조조정이다. 메타플랫폼의 시가총액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재돌파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소폭 올랐다. 지역은행주들의 반등, 예상치에 부합한 CPI 등을 소화하면서 전날 급락세에서 완만한 반등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 4.03선에서 4.24%선으로 상승했다. 10년물 금리는 3.51%선에서 3.68%선으로 이동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급락한 2년물 금리가 이날 회복세를 보인 배경으로 Fed의 긴축 완화 기대감을 꼽았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며 유동성 감염 가능성에도 선을 긋고 있다.
개장전 공개된 CPI 역시 대체로 예상치에 부합해 시장을 일부 안도하게 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2월 CPI는 전년 대비 6.0% 올라 2021년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1월 CPI는 6.4%올랐었다. 이는 다우존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6.0~6.1%에 부합하거나 소폭 하회하는 수준이다. 전월 대비 CPI는 0.4% 올랐다. LPL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 수석기술전략가는 "CPI에 큰 놀라움은 없다. 은행분야에서도 놀라움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안도의 랠리라 할 수있을 것"이라며 "시장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5% 상승해 기저물가 압력이 여전함도 확인시켰다. 전월 대비 오름폭이 1월(0.4%)보다 오히려 더 커진 만큼 근원 물가를 둘러싼 Fed의 고민은 계속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Fed는 SVB 사태 이후 금융시스템 위기 우려가 급속히 번지면서 인플레이션 안정과 금융시스템 보호라는 두 가지 과제를 받아든 상태다.
CPI 발표 후 시장에서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상승)을 밟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FF)금리 선물시장은 3월 FOMC에서 Fed가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인 0.25%포인트를 택할 가능성을 77%이상 반영하고 있다. 베이비스텝 전망은 이날 CPI를 통해 인플레이션 둔화와 근원 물가 우려가 동시에 확인되면서 전날 65%대보다 더 높아졌다.
일주일 전 0%, 전날 35%였던 금리 동결 가능성은 22.5%를 나타냈다. 전날보다 동결 전망은 다소 축소됐지만 긴축 기조 자체가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 자체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우세했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가능성은 0%에 그쳤다. 당초 시장에서는 오는 21~22일 열리는 3월 FOMC에서 Fed가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랐고 제롬 파월 Fed 의장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지난 10일 SVB 파산 이후 빅스텝 카드는 테이블 위에서 사라진 상태다.
다코다 웰스의 수석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로버트 파블리크는 "(이날 공개된 CPI는) Fed가 (금리인상을) 일시 중단하거나 최소인 0.25%포인트만 올릴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Fed가 신뢰성을 더 우려할 경우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고 그것이 그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코닝의 신디 보리우 투자정책위원회 위원장은 "Fed는 추가로 은행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경우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며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엔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은행 상황이 그만큼 나쁜가라는 의문을 야기할 수 있다"고 베이비스텝을 지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반등에도 불구하고 SVB 파산 여파에 대한 강한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 에버코어 ISI의 줄리안 에마누엘은 이날 뉴욕증시에서 지역은행들이 반등한 점을 언급하며 "이 움직임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이날 SVB 파산 여파를 반영해 미국 전체 은행 시스템 전체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SVB·실버게이트은행·시그니처은행에서 벌어진 예금인출 사태와 SVB·시그니처은행 파산에 따른 급격한 경영환경 악화를 반영해 이같이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무디스가 전날 퍼스트리퍼블릭 등 7개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하거나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뒤따른 조치다.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VB 파산과 관련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와 SEC의 개별 조사가 예비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는 SVB 모회사인 SVB 파이낸셜 경영진이 파산 전 지분을 매각하며 불거진 논란도 포함됐다. 또한 경영진이 사전에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금융 위험 가능성과 사업상 불확실성에 대해 정확하게 알렸는지도 당국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주들은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국제유가는 SVB발 파산 여파와 경기위축 우려 등을 주시하며 올해 최저치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47달러(4.64%) 하락한 배럴당 71.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12월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이틀간 하락폭만 7%에 육박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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