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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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속적인 긴축 정책이 미국 금융시스템까지 흔들자 기준금리 인상 경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부풀었던 자산 거품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신호탄으로 꺼져 가고 있다며 “대상승기(The Great Hiking Cycle)가 저물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정책 방향이 변경될 거란 예상이 급부상한 것은 SVB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조짐을 보여서다. 통상 은행은 단기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장기금리로 대출해 돈을 번다. 원래는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낮지만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에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은행의 위기가 부각됐다.
미국 경제에 지방은행 연쇄 부도 위험의 ‘경고등’이 켜진 건 1980년대 말 터진 미 저축대부조합 붕괴 사태,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 벌어진 미국의 은행 연쇄부도 위기에서 ‘방아쇠’ 역할을 했던 건 고금리다. 시중에 넘쳐나는 돈 탓에 물가가 급하게 오르자 금리 인상 처방이 나왔고, 은행 부실이 터져나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를 잡겠다며 현재 정책금리를 연 4.75%(상단 기준)까지 끌어올린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SVB 파산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Fed가 올 하반기에 금리를 내리는 ‘피벗’(정책 선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CPI가 지난해 2월과 비교해 6.0% 상승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CPI 상승률(6.4%)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랐다. 강력한 긴축 정책의 원인이었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속도가 둔화하면서 Fed의 운신 폭이 다소 넓어졌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를 받아든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Fed가 오는 21~22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서다.
2월 CPI 상승률이 전문가 예상(6.0%)에 부합하게 나오면서 시장은 Fed의 고강도 긴축 가능성을 낮춰 보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전체적인 데이터의 방향이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면 금리 인상 속도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는데, CPI가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혔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에 전년 대비 9.1% 오르면서 41년 만에 최고치(상승률 기준)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영향이다. 하지만 이후 Fed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8개월 연속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근원CPI’ 상승률은 5.5%로 올해 1월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졌다. 근원 CPI란 식료품과 에너지 등 단기적인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장기적인 추세의 물가지수를 나타낸다. 근원 CPI가 내려가고 있다는 건 그간 부풀었던 근원적인 물가 상승 압박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고금리의 부담이 경제 곳곳에 누적돼 있기 때문에 향후 다른 형태로 문제가 발현될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준·조현숙·서지원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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