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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미술의 세계

박서보 화백 “마음속 응어리 치유하는 미술관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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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미술관’ 제주서 기공식

朴화백, 폐암3기 투병에도 참석

“마지막 순간까지 작품 만들 것”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큰 미술관에 결코 지지 않는 미술관을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떠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추상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은 폐암3기 투병 중에도 불구하고 14일 제주 서귀포시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박서보미술관(가칭) 기공식에 참석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세계일보

박서보 화백.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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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이 자주 나와 병원에 들렀다가 폐암 진단을 받았을 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죠. 하지만 저는 체념하는 데도 뛰어난 재주를 지녔습니다. 3일 만에 ‘암을 친구로 모시자. 함께 살자’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방사성 치료를 받으면 일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는 세계적인 거장답게 죽음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작품을 만들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캔버스에 신문지를 붙이고 드로잉할 예정인데, 이 작품을 완성해놓고 죽을 겁니다. 암에 걸렸다는 생각조차 아예 잊어버리고 살아요. 제주도에 오니 기침도 멈췄고요.”

박서보미술관은 JW메리어트 제주 부지에 대지면적 1만2137㎥, 건축면적 2407㎥, 전시관 157㎥의 지상 1층, 지하 2층 규모로 건립된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가장 큰 섬 테네리페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가 설계를 맡았다.

“이곳을 찾아와 관람하는 사람들이 마음속 응어리를 풀며 치유하는 미술관이 되길 바랍니다. 내가 비워내면 다른 사람들이 채워갈 수 있습니다. 서양미술은 종종 듬뿍 토해내길 좋아해서 보는 이들에게 마음의 폭력을 가하기도 하는데, 나는 평생 그렇게 하질 않았어요. 함께 지내온 동시대 작가들의 개인전도 추진하고 이들의 작품들도 함께 내걸겠습니다. 제주도까지 찾아왔는데 즐거움을 듬뿍 안고 갈 수 있게 조성해야죠. 몸을 잘 관리해서 반드시 ‘새로운 작품’도 보여드리고 떠나겠습니다.”

제주=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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