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잘 나가던 오피스텔 시장 ‘찬바람’ [김경민의 부동산NOW]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억대 마피에 매매가 수억씩 ‘뚝뚝’


한동안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던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중이다. 대출, 세금 등 아파트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오피스텔 투자 매력이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

서울 역삼동 전경(사진은 기사 본문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438건으로 지난해 12월(839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37건에서 1317건으로 57%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오피스텔 매매가격도 연일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102.08로 지난해 12월 대비 0.26% 떨어졌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는 지난해 9월 이후 매달 낙폭을 키우는 중이다.

정부가 아파트 규제를 강화하면서 오피스텔은 실수요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아파트 못지않은 면적을 갖춘 ‘아파텔’이 인기를 주도했다. 아파텔은 전용 60~85㎡의 주거용 오피스텔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친 용어다.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이 가능하고,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아 청약 가점이 낮은 젊은층, 신혼부부들이 선호했다. 덩달아 오피스텔 분양가도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의 3.3㎡당 분양가는 2020년 1166만 원에서 2021년 1296만 원, 지난해 1573만 원으로 뛰었다.

서울 오피스텔 분양가는 상승 폭이 더 컸다. 2020년까지만 해도 분양가가 3.3㎡당 2077만 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3007만 원, 지난해 4173만 원으로 2년 새 2배가량 치솟았다. 그럼에도 실수요자들이 꾸준히 몰리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대출, 세금 등 아파트 규제를 대거 완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오피스텔 매력이 떨어졌다. 전입신고를 한 주거용 오피스텔은 세법상 주택 수에 포함돼 취득세,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이 되는 점도 악재다. 무엇보다 최근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에서 오피스텔이 제외되면서 오피스텔 투자 수요가 급감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연 3~4%대 고정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빌릴 수 있는 데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지 않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신청 대상이 주택법상 ‘주택’에만 한정돼 오피스텔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악재가 겹치면서 수도권 오피스텔 시장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시 학암동 ‘위례지웰푸르지오’ 오피스텔 전용 84㎡는 지난 1월13일 8억 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2월 매매가(14억5000만 원) 대비 6억5000만 원 하락했다. 한때 매매가가 10억 원에 육박했던 고양시 대화동 ‘킨텍스꿈에그린’ 오피스텔 전용 84㎡도 최근 호가가 7억 원대로 떨어졌다.

신축 오피스텔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서울 서초구 ‘엘크루 반포’ 오피스텔은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웃돈은커녕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공급면적 50㎡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7000만~1억 원 수준이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어떻게든 매도하려는 수분양자들이 적잖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오피스텔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마저 매매가가 수억 원씩 하락하는 상황에서 오피스텔 수요가 나홀로 회복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고분양가 오피스텔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점차 쌓여갈 가능성이 높다. 오피스텔에 투자하려면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꼼꼼히 비교하고 대출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