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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 2인자 리창, '총리만의 길' 아닌 '시진핑 충복의 길' 걸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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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저장성 인연'... 부총리 건너뛰고 초고속 승진
상하이 당서기 시절 '테슬라 공장 유치' 등 친시장 행보
시 주석과 '권한 이원화' 대신 '지시 이행자' 역할에 무게
한국일보

리창 신임 중국 국무원 총리. 리 총리는 11일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회의를 통해 시진핑 3기 체제 2인자 격인 총리로 선출됐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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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장기 집권 체제'에서 새로운 2인자로 등극한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는 '시진핑의 복심'으로 불린다. 부총리를 거쳐 총리에 오르는 관례를 파괴하고,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총리직으로 직행했다는 건 그만큼 시 주석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다.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시 주석의 전폭적 후원에 힘입어 '넘버 2' 자리를 꿰찼다는 점에서, 총리 본연의 영역 구축보다는 시 주석의 '충복' 역할에 치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리 신임 총리는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회의 네 번째 전체 회의를 통해 중국의 제8대 총리로 결정됐다. 차기 총리 투표에서 그는 전인대 대표 2,947명 중 2,936표의 찬성표(득표율 99.6%)를 얻었다. 총리 임명 결정이 선포되자 리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장 먼저 시 주석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약 10초간 악수했다. '시진핑 1·2 집권기' 10년간 시 주석의 견제를 받았던 리커창 전 총리는 이날 후임자 선출과 함께 정계에서 은퇴했다.

1959년 저장성 뤼안에서 태어난 리 총리는 1976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했다. 2002년 저장성 원저우시 당서기를 시작으로 저장성에서 행정 경험을 쌓던 중,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 주석의 눈에 들어 2004년 저장성 비서장에 발탁됐다. 시 주석 측근 그룹을 일컫는 '시자쥔(習家軍)' 중에서도 핵심인 '즈장신쥔'(之江新軍·시 주석의 저장성 근무 시절 부하 인맥)의 구심점이 바로 리 총리다.

부총리 건너뛰고 초고속 승진... 상하이 봉쇄 문책도 없어


실제로 2012년 시 주석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뒤, 리 총리는 승승장구했다. 저장성 성장(2013∼2016년)과 장쑤성 당 서기(2016∼2017년), 상하이시 당 서기(2017∼2022년)를 역임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서열 2위로 최고 지도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도 입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부총리직을 건너뛰고 일약 '2인자'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이번 전인대를 끝으로 은퇴한 리커창을 비롯, 전임 총리들인 리펑·주룽지·원자바오 등이 모두 부총리를 지낸 뒤 총리에 선출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상하이시 당서기였던 지난해 10월 당 대회에서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회에 시 주석 다음인 두 번째로 등장했을 때부터 예고됐던 결과다. 지난해 '상하이 봉쇄' 당시 여론의 불만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비등했음에도 그를 2인자로 끌어올린 것은 시 주석의 '무한 신뢰'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 최대 경제권인 창장 삼각주(상하이·저장성·장쑤성)에서 두루 근무한 만큼, 친(親)시장적 이미지도 강하다. 상하이 당서기 시절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 생산 공장과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SMIC(중신궈지) 공장을 유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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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권 3기’ 중국의 주요 인사 결과. 그래픽=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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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강정약' 흐름 속 총리 역할 축소...시진핑과 수직 관계


그러나 리 총리가 시장경제보다 '당 주도 경제'를 중시하는 시 주석 의중을 벗어난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정치는 대체로 정치·외교는 국가주석이, 경제는 총리가 각각 주도하는 이원화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전인대에서는 국무원 기능이 줄어들고 공산당 권한은 커지는, 이른바 '당강정약'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 미국의 중국전략분석센터 소속 덩위엔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개편으로 국무원에는 공산당 결정을 실행하는 역할만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시진핑 3기' 체제에선 2인자의 영역이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 분화가 아니라 수직적 권력 구도를 굳히려는 시 주석의 의도가 단적으로 드러난 게 바로 '리창 총리 기용'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리 총리만의 경제 정책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시장 경제에 밝다고 해도 중앙정부 근무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역시 당분간은 총리로서의 실권 행사를 점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 총리는 행정수반인 동시에, 외교 석상에서는 정상급 대우를 받는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와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등의 다자 외교가 총리의 영역이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순번에 따라 이르면 올해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는 만큼, 리 총리의 방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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