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자면 면역력 저하·비만 위험
뇌 노폐물 쌓여 치매 발생에 영향
낮엔 깨고 밤에 자는 리듬 지켜야
사람은 수면으로 인생의 3분의 1을 보낸다. 웰빙의 기본 요소이자 생명 유지의 필수 과정이란 얘기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잠은 여전히 뒷전이다. 일·학업에 집중할 땐 물론이고 놀 때도 잠부터 줄인다. 덜 자는 게 익숙한 현대인은 피로를 당연시한다. 하지만 수면 부족은 점차 신체·정신을 좀먹어 뜻하지 않은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세계 수면의 날’(3월 17일)을 계기로 잠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수면 위생법을 실천해 건강한 삶을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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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이다’란 말은 허투루 나온 게 아니다. 잠으로 얻는 건강상 이점이 많다. 잠을 자면 머리와 신체가 쉬면서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기능을 회복한다. 잠자는 동안에는 8시간 기준 약 120㎉만 소모돼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고 세포가 성숙하며 면역력이 증강한다.
반대로 잠을 못 자면 교감신경이 과잉 반응해 심혈관 질환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식욕이 증가해 체중이 불어날 수 있다. DNA에 변화를 일으키고 염증 반응을 유발해 암세포 증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일과 중 쌓인 감정을 처리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작업도 잠자는 사이에 이뤄진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유삼 교수는 “뇌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 건 잠을 자야만 생기는 기능”이라며 “노폐물이 쌓이면 치매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단기적으론 잠을 못 자면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워져 판단력과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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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기 불빛이 수면의 질 악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요즘 수면 부족의 최대 적은 음주와 영상 시청이다.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준형 교수는 “알코올 섭취와 늦은 시간까지 노출되는 TV·스마트폰 등의 불빛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면장애로 이어지게 하는 주범”이라고 경고했다. 야밤에 음주를 자주 하는 사람은 대개 이런 패턴을 보인다. 밤에 혼술·홈술 하느라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놓치는 건 기본이다. 그러다 술에 취하면 쉽게 잠들지만,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각성이 일어나 깊은 잠을 못 잔다. 더욱이 과음 탓에 코골이·수면무호흡증 증상이 심해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밤늦게 혹은 아침 일찍 잠이 깰 수 있다. 술 마실 땐 안주를 곁들이므로 과식을 피할 수 없다. 그러면 위장 운동이 활발해지고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서 숙면하기 더 힘들어진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활성화하면서 영상 시청이 늘어난 것도 문제다. OTT 시청을 즐기는 사람은 주로 일과가 끝난 밤에 영상을 몰아 보는 경향이 있다. 자기 전까지 보려고 침대에 누워 TV·휴대전화·태블릿으로 영상을 보다 보면 잘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늦게라도 영상을 끄고 자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전자 화면은 뇌의 후두엽과 측두엽을 자극하는 데다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해 몸을 긴장시켜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한다. 수면의 양과 질이 동반 하락해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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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는 단기간 최소 용량만 사용
잠들기 어렵고 잠이 들어도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일어나는 현상으로 피로감이 심해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1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으므로 이땐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수면량이 부족하지 않는데도 낮에 심하게 졸리거나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 않은 일이 잦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면무호흡증·하지불안증후군·기면증과 같은 수면의 질에 문제를 일으키는 수면장애일 수 있어 점검받을 것을 권한다.
수면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 대다수는 잘못된 수면 습관과 관련 있다. 수면 위생법을 실천함으로써 밤잠의 효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기본적으론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한다. 가급적 낮잠은 피하고 자더라도 30분 이내로 제한한다. 침상에 자지 않고 누워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카페인·술·흡연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되도록 멀리한다. 야간에 과식하거나 운동하는 등 뇌와 신체가 흥분하는 활동은 자제하고 낮엔 일광욕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는 “일광욕을 통해 햇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까지 전달되면 낮에 깨어 있고 밤에 잘 잠들도록 하는 일주기 리듬을 형성하는 데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수면제는 필요한 기간에 가급적 짧게, 최소 용량만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일부 수면제는 내성과 금단 증상으로 인해 중독의 위험이 있다. 이 교수는 “흔히 쓰는 졸피뎀 계통의 수면제는 장기 복용할 경우 약을 먹지 않으면 못 잘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며 “지속해서 복용하려면 전문가와 상의하고 모니터링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알아두면 단잠 돕는 수면 상식 오해와 진실
6~7시간 자야만 적절하다 (X)
적절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평일과 휴일에 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라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평균적으로 6~8시간 정도의 잠을 자야 다음 날 생활에 무리가 없다고 알려진다. 평일엔 수면 시간이 적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 시간이 모자라다는 증거일 수 있다.
깊이 자면 잠 부족해도 괜찮다 (X)
잠이 부족한 사람은 대부분 잠을 더 깊게 잔다. 그렇다고 부족한 잠이 보상되진 않는다. 부족한 수면 시간이 장기간 쌓이면 결국엔 잠을 자야 피로가 해소된다. 이른바 수면 부채다. 매일 한 시간씩 잠이 부족한 일이 반복되면 스스로 아무리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어도 어느 순간 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수면 자세 신경 써야 한다 (O)
수면 자세에 따라 수면의 질이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똑바로 누워 자면 중력 때문에 혀나 주변 구조물이 아래로 떨어진다. 이땐 숨 쉬는 공간이 조금 막혀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수면무호흡증 환자 4명 중 3명은 똑바로 누워 자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자기 전에 운동하면 좋다 (X)
잠들기 전에 운동하면 몸이 피곤해져 좀 더 숙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잠자기 직전에 운동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해 몸이 굉장히 흥분 상태가 돼 잠이 잘 안 온다. 운동으로 숙면을 유도하려면 잠자리에 들기 최소 3~4시간 전에 운동을 마치고 어느 정도 몸이 진정된 상태에서 잠을 청하는 게 좋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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