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서 엎어진 기획 넷플릭스에 제안…"2년간 200여명 만나며 취재"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만든 괴물…다큐 보고 JMS 탈퇴한 사람들 있어 보람"
"내 가족 중에도 피해자 있어 숙제 같은 주제였다"
조성현 PD |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사이비 종교 교주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MBC PD는 사이비 종교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데 연출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조 PD는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자이크를 뿌옇게 해서 어떤 한 교주가 신도들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끝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일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왜 메시아라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지 고민했으면 했다"며 "그래서 가장 사실적인 내용을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나는 신이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과 오대양의 박순자,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만행을 다룬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JMS 편으로 정명석의 성폭행을 고발한 피해자가 녹음한 성범죄 현장의 녹취가 음성 변조 없이 그대로 나오고, 나체인 여성들의 몸이 모자이크 없이 노출된다. 성폭행 재연 장면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극적인 연출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 PD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언론과 방송들이 다뤘지만, 어떻게 해서 이 종교단체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는 건지 역으로 질문하고 싶다"며 "이건 영화나 예능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 본 피해 사실이라는 점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JMS 안에서는 정명석과 (피해자) 메이플 간의 녹취를 두고 AI(인공지능)로 조작한 것이라고 한다"며 "욕조 앞 여성들의 나체 장면은 과거에도 모자이크된 상태에서 여러 차례 나갔다. 이를 JMS는 여자들이 돈 받고 조작한 것이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것이라고 해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들은 또 다른 방어를 해 나갈 것"이라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아주 명백하게 보여주고, 그 안에 한두 명이라도 이를 확인하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PD는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며 그간 교주들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처벌과 사회의 외면이 사이비 종교가 유지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명석은 많은 여성에게 몹쓸 짓을 하고도 10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미국판 JMS로 불리는 워런 제프스는 종신형에 20년형을 더 선고받았다"며 "왜 한국이 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우리 사회가 종교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
다만 조 PD는 신도들을 색출하는 시도나 다큐에서 증언을 한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과 조롱은 잘못된 반응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PD는 KBS가 김도형 교수의 폭로로 JMS 신도 PD와 통역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는 것과 관련해 "마녀사냥은 안 된다"며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 종교를 만들어서 잘못된 길로 가게 만든 교주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하며 정말 놀란 건 사회 곳곳에 '고위층'이라고 부르는 사람 중에 사이비 종교의 신자가 많이 포진돼 있다는 점이다. MBC에도 있다고 들었고, 넷플릭스에 있는 건 아닌지 의심도 했다"며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종교를 믿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양가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나는 신이다'는 처음에는 MBC 제작물로 기획됐다가 엎어졌다고 한다. 이후 조 PD가 넷플릭스에 제안했고, 2년에 걸쳐 200여명을 만나 완성을 시켰다.
조 PD는 "만약 (MBC 프로그램) 'PD 수첩'으로 제작했다면 8∼10주 정도 시간을 들여 만들었고,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적었을 것"이라며 "피해자로 등장하는 메이플이라는 친구도 인터뷰에 응하기까지 40일간을 기다렸다. 'PD 수첩'이었다면 만나지 않기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재 중 힘들었던 점을 묻자 "미행이나 협박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던 피해자가 촬영 당일 연락을 안 받거나 사라지는 일이 많았다.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알고 있으니 말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도형 교수와 용기 내 증언을 해준 피해자분들은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들"이라며 "탈 JMS (온라인) 카페에 가보면 다큐를 보고 탈퇴했다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조 PD는 선뜻 파고들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게 된 배경에 대해 "가족 중에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고, 친구 중에도 있다"며 "저한테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제 이야기여서 언제 한번 다뤄야 한다는 숙제 같은 주제였다"고 말했다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선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공부를 시작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며 "(후속작을) 틀게 될 매체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조성현 PD |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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