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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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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오페라의 유령'과 한국의 러브 스토리는?[알쓸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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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2001년 한국과 첫 만남…뮤지컬 시장 가능성 증명

김소현·류정한·양준모·홍광호 등 스타 등용문 역할

한국 공연계 높아진 위상에 한국어 공연 다시 성사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들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페라의 유령’과 한국 관객은 이제 결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깜짝 놀랄 커밍아웃이었습니다. 사건은 지난 6일. 장소는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 당시 이곳에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었죠. ‘오페라의 유령’의 협력 연출가인 라이너 프리드가 한국 기자들을 앞에 두고 깜짝 발표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관객과 이제는 부부와 같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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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라이너 프리드 협력 연출. (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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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불현듯 이런 말을 꺼냈을까요. 물론 일종의 비유였습니다. 그는 지난 2019~2020년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를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인데 오랜만에 집에 온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한국은 그에게 익숙한 나라였죠. “‘오페라의 유령’과 한국은 오래 사귀어 러브라인이 깊어진 만큼 이제는 결혼을 해야 할 것 같다”며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가 이토록 애정한 한국과 ‘오페라의 유령’의 인연은 얼마나 깊을까요. 그전에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잠시 알아볼까요.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뮤지컬입니다. 뮤지컬 거장인 작곡가 앤드루 웨버의 대표작 중 하나죠. 유명 뮤지컬 제작자인 카메론 메킨토시가 만든 뮤지컬 ‘빅4’(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캣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뮤지컬 입문 초보자가 꼭 봐야 할 추천작으로도 잘 알려져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오페라의 유령과 한국의 인연은 길고도 각별합니다. 무려 22년간 이어진 관계니깐요. 그 운명적인 첫 만남은 2001년이었습니다. 정식 라이선스 공연으로 2001년 12월 2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해 7개월에 걸친 장기 공연으로 처음 선보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뮤지컬계는 ‘시장’이라 부르기에도 부족한 상황이었죠. 그러나 ‘오페라의 유령’은 7개월간 244회의 장기 공연을 이어갑니다. 이 공연을 본 사람만 무려 24만 명에 달했죠. 약 192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뮤지컬 시장의 정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었습니다.

이후 한국 뮤지컬은 부흥기를 맞습니다. 수많은 스타들도 탄생했죠. 그 시작도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었습니다. 당시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배우 김소현이 주인공 크리스틴 역에 깜짝 발탁돼 화제가 됐죠. 특히 김소현은 뮤지컬을 접해본 적 없는 상황에서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에 참여해 실력으로 주역을 꿰찬 것으로 유명합니다. 같은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뮤지컬계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한 류정한 또한 2001년 공연에서 라울 역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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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의 한 장면. (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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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공연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 것은 2005년이 처음이었습니다. 해외 배우들이 출연하는 인터내셔널 투어였죠. 그리고 2009년 두 번째 한국어 공연으로 이어집니다. 이 공연은 무려 11개월이나 장기 공연을 하며 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죠. 또 한 번 한국 뮤지컬 시장의 도약을 이끌어 낸 것입니다. 이 공연에선 뮤지컬배우 양준모가 유령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고, 당시 27세였던 뮤지컬배우 홍광호는 라울 역과 유령 역을 동시에 연기하며 ‘전 세계 최연소 유령’의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오페라의 유령’은 2012년 25주년 기념 내한공연, 2019~2020년 월드투어로 한국 관객과의 연애를 이어왔습니다. 사실 좋은 작품을 자주 보고 싶은 관객 입장에선 평균 4~5년 단위로 돌아오는 ‘오페라의 유령’과의 만남이 너무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에서 생각보다 자주 공연한 편입니다. 라이너 연출 또한 “‘오페라의 유령’은 한 시즌을 준비하는데 일정과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일 공연이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한국만큼 ‘오페라의 유령’을 많이 공연한 나라는 없다”고 했을 정도죠.

무려 13년 만에 성사된 이번 공연에 벌써부터 관심이 뜨거운 이유입니다. 그 배경엔 코로나19 범유행 기간에도 공연을 멈추지 않았던 한국 공연계의 높아진 위상도 무시하기 힘들죠. 2019~2020년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전 세계 공연계가 멈춘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공연이 성사돼 전 세계가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원작자 웨버 또한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이 자랑스럽다는 언급과 함께 한국의 공연장 방역 정책을 극찬했죠. 이쯤 되면 “‘오페라의 유령’과 한국 관객은 결혼한 사이다”라는 프리더 연출의 말은 ‘립 서비스’가 아닌 진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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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오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오페라의 유령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 캐릭터 포스터. (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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