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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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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못가 울고 가오"…600년 전 남편이 쓴 '한글 편지'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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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되는 조선시대 군관으로 활동한 나신걸(1461~1524)이 아내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편지 2장인 '나신걸 한글편지'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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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粉·화장품)과 바늘 여섯 쌈을 보내오. (내가) 집에 다녀가지 못하여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까 하며 울고 가오. 어머님과 아기 잘 보살피며 있으시오. 올해에는 나오고자 하오.

-나신걸의 편지 중 일부 내용

부인을 위한 애틋한 마음이 담긴 남편의 편지가 보물로 지정됐다.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자료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군관으로 활동한 나신걸(1461∼1524)이 아내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편지 2장인 '나신걸 한글편지' 등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9일 밝혔다.

나신걸의 편지는 2011년 대전 유성구에 있던 아내 신창 맹씨의 무덤에서 나왔다.

당시 무덤에서는 저고리, 바지 등 유물 약 40점이 나왔는데, 편지는 피장자(被葬者·무덤에 묻혀 있는 사람)의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됐다.

편지에는 농사일을 잘 챙기고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당부와 조선 시대 무관이 입던 공식 의복인 '철릭' 등 필요한 물품을 보내달라는 부탁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내용 중 1470∼1498년에 쓰였던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라는 말이 나와 15세기 후반에 작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 역시 1490년대로 비슷하다.

특히 이 편지는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후 언어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0년도 안 된 시점에서 변방에서도 한글이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선 초기 남성도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자료이자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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