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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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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이 이끈 韓 공연시장 성장…전 세계 어디에도 없던 현상”[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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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협력 안무가 데니 베리, 협력 연출가 라이너 프리드.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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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오페라의 유령’으로 시작된 한국 공연 시장의 성장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현상이었어요. 우리 작품이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데에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라이너 프리드 연출)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한 ‘오페라의 유령’은 ‘세계 뮤지컬 빅4’ 중 하나라는 상징성 이외에도 한국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에서만 총 다섯 번 막을 올렸다. 오리지널 투어 공연이 세 번, 한국어 공연이 두 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2001년 12월, LG아트센터에 상륙했다. ‘한국어 공연’으로 막을 올린 이후 장장 7개월간 24만 관객과 만나며, 19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시초가 된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선 ‘오페라의 유령’, ‘캣츠’의 안무를 창작한 전설적인 안무가 고(故) 질리언 린과 함께 일하며 30년 넘게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안무가 데니 베리, 2001년 한국어 초연부터 ‘오페라의 유령’ 전 세계 투어에 참여한 연출가 라이너 프리드가 함께 한다. 한국에선 오는 30일 부산 드림시어터(6월 18일까지)에서 개막한 뒤 서울(7월 14~11월 17일·샤롯데씨어터)로 이어지는 7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개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라이너 프리드 협력 연출은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 ‘오페라의 유령’이 이렇게 많이 무대에 선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세계적인 뮤지컬 거장인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동시에 최장수 공연 기록을 가졌다. 배우들에겐 ‘꿈의 무대’이고, 관객에겐 ‘불후의 명작’이다.

데니 베리 안무가는 “‘오페라의 유령’이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은 것은 국적과 관계없이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라며 “이 작품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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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조승우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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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의 신작’ 조승우 등 유령 역할만 4명13년 만에 돌아온 한국어 공연은 볼거리가 많다. 일단 캐스팅이 화려하다. 배우 조승우를 비롯해 성악가 김주택, 뮤지컬 배우 전동석이 ‘유령’ 역할로 부산 공연을 시작하고, 서울에선 최재림이 같은 역할에 합류한다. 뮤지컬계에서 강력한 티켓 파워를 발휘하고 있는 조승우는 무려 7년 만의 신작이다.

프리드 연출과 데니 베리 안무가는 “‘오페라의 유령’ 캐스팅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자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작품의 캐스팅이 특히 어려운 것은 “기존 뮤지컬과 달리 성악, 무용 분야에서 클래시컬한 배경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공연의 캐스팅은 대면 오디션이 아닌 온라인 오디션으로 진행됐다.

오디션에서 중점적으로 본 것은 “배우들 각각이 가진 성격”이었다. 프리드 연출은 “캐스팅에선 배우들이 그간 어떤 분야에 주력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장점과 성격을 중심으로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얼굴을 맞댄 오디션이 아니라 걱정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은 캐스팅이 나왔어요. 유령들은 모두 각자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에요. 저마다 매력이 다르죠. 조승우는 오랜 연기 경력을 갖고 있고, 전동석은 뮤지컬 무대 배경이 탄탄하게 잡혀 있다면, 김주택은 성악 기반의 배우예요. 이 작품은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 하는 기술과 스토리텔링 능력과 더불어 다양한 면모가 요구돼요. 특히 유령 역할엔 카리스마가 필요하죠.” (라이너 프리드)

무려 네 명의 유령, 두 명의 크리스틴, 두 명의 라울과 조합을 달리해 연습을 이어가는 현장은 치열하다. 프리드 연출은 “주인공이 네 명이나 돼 굉장히 피곤하다”고 웃으며 말하면서도 “같은 역할의 배우들이 서로에 대해 인내하고 응원하며 격려해줘 수월하게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다는 건 이번 공연을 하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예요. 한국 배우들은 특유의 열정과 이 작품에 어울리는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은 무척 흥미진진해요. 이들만의 색다른 접근방식을 지켜보는 것도 특히나 재밌는 일이에요.” (데니 베리)

데니 베리 안무가는 “35년 간 이 작품을 올리며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관점으로 대사를 바라보고 있다”며 “번역과 문화의 차이로 대사 한 줄이 그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새로운 나라에서 공연을 올릴 때면 그 나라의 배우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남겨두고 가요.” 라이선스 공연이라 어떤 부분도 변형할 수 없지만, 이들 제작진은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열어둔다. “공연하는 나라의 독특한 색깔이 나올 수 있도록 변화를 주는 거죠. 이번 공연에서도 오리지널 투어 공연과는 다른 점이 될 특별한 선물을 찾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데니 베리)

제작사 에스앤코의 신동원 대표는 “2001년, 2009년 공연 당시엔 오리지널 창작진의 기준이 워낙 엄격해 우리 정서에 어색한 부분이 있는 가사 번역에도 배우나 창작진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못했다”며 “이번엔 그때보다 유연하게 소통이 됐다. 한국 관객이 듣기 편하게 바뀐 지점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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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협력 연출가 라이너 프리드, 협력 안무가 데니 베리, 제작사 에스앤코 신동원 대표(왼쪽부터)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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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원작의 복원·400억원대 역대급 제작비’작품의 또 다른 묘미는 ‘원작의 복원’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객석을 가로지르며 추락하는 1톤의 거대한 샹들리에, 17층 규모의 오페라하우스, 화려한 프로시니엄 무대와 계단, 22회의 장면 전환과 지하 호수를 가로지르는 나룻배 등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무대가 펼쳐진다.

신 대표는 “1986년 초연 당시의 오리지널 무대를 그대로 복원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월드투어 세트가 아닌 한국 공연만을 위해 영국에서 세트를 제작했다. 그는 “공연장에 오면 오페라하우스와 미술관을 그대로 옮긴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의상, 가발, 소품, 특수분장 등 한국과 영국, 호주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새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제작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초특급 캐스팅에 무대 연출, 의상 등 무려 4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들었다. 역대급 대작의 귀환인 셈이다.

그만큼 기대도 높다. 부산 공연에선 이미 ‘흥행’이 예고됐다. 조승우가 출연하는 회차는 삽시간에 팔려나갔다. 기획사 클립서비스에 따르면 예매 관객 중 40~50%는 부산 이외의 지역에서 찾고 있다. 신 대표는 “이번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을 위해 국내외 제작진, 스태프, 배우가 200명이 이동한다. 한 마을이 움직일 정도의 큰 규모로, 상당한 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부산 시장이 서울 못잖은 뮤지컬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성장한 한국 뮤지컬 업계를 마주하는 두 사람의 마음도 각별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팬데믹 기간 한국에서 무대를 올린 프리드 연출은 “세계 공연계에서 아무도 일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만 공연을 했다”며 “당시 한국이 이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동체로의 책임감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2019년 내한 당시 제가 ‘오페라의 유령’과 한국 관객은 사랑하는 사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결혼한 사이가 된 것 같아요. 다른 뮤지컬 작품을 즐기다가도 언제나 다시 ‘오페라의 유령’으로 돌아오는 한국 관객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라이너 프리드)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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