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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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민주당 의원을 만나 “야만의 시대에서 문명(文明)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친명-비명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이름을 섞은 조어를 만들어 진영 내 일치단결을 강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오후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 상가(喪家)에 들러 2시간가량 있었다. 이 대표는 동료 의원 6명과 함께한 자리에서 “문재인과 이재명, 두 분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아 헤쳐나가야 한다”는 취지를 설명하며 ‘문명’이라는 표현을 꺼냈다고 한다. 한 배석자는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현재 야만적인 정권의 공격 대상이 돼 있는 상태”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단결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대표가 이 말을 꺼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이런 발언을 한 배경에는 문 전 대통령 지지층과 본인의 지지층이 겹친다는 인식에서 비롯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날 때도 지지층이 겹친다는 이야기를 2번이나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강성 지지층 '개딸'을 향해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힌 것 역시 이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지난 3일 이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온라인에 ‘수박 7적명단’이라며 문 전 대통령까지 포함된 리스트를 올리자, 이 대표가 직접 자제를 요청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수박 7적 명단을 두고 ‘보수 진영 기획설’을 제기한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지지자 90%가 겹치기 때문에, 지금 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이들은 ‘개딸’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오히려 보수층의 음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도 “조악한 논리로 욕을 섞어가며 ‘문재인이 역사의 죄인이다’, 이렇게 몰아붙이는 사람은 민주당 지지층을 갈라치기 하는 외부 공작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낙연 전 대표 출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문 전 대통령에게도 먼저 화살을 겨눈 건 개딸과 친명계 아니냐"라며 "실컷 때리고서 이제 와서 '우린 원래 사이좋았다'라고 하는 게 더 폭력적”(비명계 의원)이란 반발도 적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관한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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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비명계는 이 대표의 구체적인 액션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7일 라디오에서 “세상에 이렇게 단일한 컬러로, 모노톤으로 이뤄진 지도부가 어디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표가 당 대표직을 물러나는 것도) 해법 중의 하나”라며 “최고위원을 포함해 정무직 당직자들, 사무총장이라던가, 그런 당직 개편도 방법이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비명계의 인적 쇄신 요구에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당직을 교체하더라도 시기가 돼서 하는 것이지, 비명계를 달래기 위한 취지는 아닐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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